대표님의 스트레스 관리법
"이도현 대표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날도 똑같은 인사로 하루가 시작됐다. 나는 열두 번째 스트레스성 두통을 억누르며 웃음을 지었다. 내 얼굴에 새겨진 미소가 직원들에게는 안정감으로, 투자자들에게는 자신감으로 읽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직 나만이 그 가면 뒤에 숨은 천 갈래 균열을 느낄 수 있었다.
스타트업 대표 5년 차,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회사는 이제 50명의 직원을 둔 중견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성장통은 잔인했다. 매출 차트는 상승했지만, 내 정신은 추락하고 있었다. 심장이 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매일 밤 손끝에서 시작된 떨림은 이제 온몸을 진동시켰다.
"대표님, 내일 투자 미팅 관련해서 다시 한번 확인드리려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굳어져 석고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흐릿하게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는 내 시야를 왜곡시키고 있었다.
그날 저녁, 회사 옥상에 올랐다. 아무도 모르게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서울의 밤하늘은 빌딩 불빛으로 오염되어 별을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시원한 바람은 내 뜨거운 관자놀이를 식혀주었다. 주머니 속 손가락이 스마트폰 화면을 열었다. 아내와 두 아이의 사진이 반짝였다. 내가 이 모든 것을 견디는 이유.
그때였다. 옥상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김 이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대표님, 여기 계셨군요."
그는 내 옆에 조용히 섰다.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저도 힘들 때 여기 와요.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진짜 웃음이었다.
"김 이사, 당신도?"
"네.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대표님만 홀로 싸우고 계신 게 아니에요."
그때 깨달았다. 스트레스는 나만의 짐이 아니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무게를 감당하고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라고 생각했기에 더 무거웠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처음으로 팀 회의에서 내 불안과 고민을 솔직하게 나눴다. 예상 밖의 반응이 돌아왔다.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더 이상 나를 완벽한 대표님으로 보지 않았다. 대신 함께 걸어가는 동료로 바라봤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날 이후 내 두통의 빈도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진정한 리더십은 스트레스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고 함께 나누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표님이라는 호칭 뒤에 숨은 인간 이도현은 그렇게 숨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