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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애니메이션

대표님의 비밀 애니메이션

대표님의 서랍이 열린 것을 본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초과 근무로 피곤에 절어 있던 나는 결재 서류를 들고 그의 빈 사무실에 들어섰고, 책상 위에 반쯤 열린 서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은 키링이었다. 부드러운 곰 인형 모양의, 어떤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았다.

"김 대리, 뭐하는 거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뒤돌아보니 강철같은 의지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회사를 이끄는 정 대표님이 문간에 서 계셨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서랍과 내 손에 든 서류 사이를 오갔다.

"아, 제... 결재 받으려고 왔습니다."

대표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책상으로 다가와 서랍을 확실히 닫았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작은 키링에 대해 자꾸만 생각했다. 냉혹한 비즈니스맨이라 불리는 우리 대표님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키링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불협화음처럼 느껴졌다.

일주일 후, 늦은 밤 회사 주차장에서 대표님의 차를 발견했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호기심에 이끌려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다. 대표님 방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문틈으로 들여다본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대표님은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화면에 펼쳐진 것은 화려한 색채의 애니메이션. 그의 입가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부드러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책상 위에는 스케치북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섬세한 드로잉들이 가득했다.

다음 날, 대표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김 대리, 어젯밤에 본 것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 애니메이션... 대표님 작품인가요?"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20년 전, 나는 애니메이터였소. 가족들의 반대로 그 꿈을 접었지만...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지." 그는 서랍에서 USB를 꺼내 내게 건넸다. "이건 내 미완성 단편 애니메이션이오. 평가해주시오."

그날 밤, USB 속 애니메이션을 보며 나는 울었다. 냉혹한 비즈니스맨의 가면 뒤에 숨겨진 예술가의 영혼이 만들어낸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한 사람의 비밀스러운 열정이 만들어낸 빛의 향연이었다.

다음 날 아침, 대표님 책상 위에는 내 소감을 담은 편지와 함께 작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 "때로는 우리의 진짜 얼굴은 아무도 모르는 서랍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당신의 애니메이션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