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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여름

대표님의 여름: 태양 아래 숨겨진 진실

대표님이 사라진 날은 여름의 절정,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것 같은 뜨거운 오후였다. 창가에 앉아 있던 나는 그가 검은 세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았다. 평소와 달리 서류가방은 들지 않았고,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당시에는 그게 마지막 모습이 될 줄 몰랐다.

대표님은 언제나 완벽했다.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5년 만에 업계 선두로 이끈 그는 직원들에게 신화와도 같은 존재였다. 언제나 단정한 양복에 날카로운 눈빛, 우리는 그를 '여름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에어컨이 고장 난 날에도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재빨리 닦아내며 완벽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러나 사라진 지 1주일 후, 회사 금고에서 발견된 빈 서류함과 함께 모든 것이 변했다. 회사 자금 절반이 증발했고, 우리가 알던 대표님의 이력은 철저한 위조였다. 그는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와서, 여름의 태풍처럼 모든 것을 휩쓸고 사라졌다.

"경민 씨, 이거 봐요." 회계팀 미영이 내게 건넨 건 대표님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작은 일기장이었다. 흐릿한 잉크로 쓰인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모든 걸 정리해야 한다. 마지막 배는 내일 떠난다."

경찰 조사는 지지부진했다. 대표님의 실체를 찾아내기 위해 남겨진 우리는 종이컵에 담긴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점점 희망을 잃어갔다. 모두가 회사의 미래를 걱정할 때, 나는 대표님의 컴퓨터에서 '여름 별장'이라는 폴더를 발견했다.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 그 폴더 속 좌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바닷가 작은 마을이었다. 푸른 파도 소리와 함께 나타난 하얀 별장, 그리고 테라스에 앉아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대표님. 그는 놀라지도 않았다.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모두를 속일 수 있어도 자네는 속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왜요?" 내 목소리는 떨렸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두 종류야. 태양을 즐기는 사람과, 태양 아래 숨는 사람. 자네와 나는 같은 부류지." 그가 미소지으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앉게. 이제부터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지."

그날 밤, 나는 대표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쩌면 우리가 회사로 돌아갈 때쯤이면 여름은 끝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뜨거운 계절의, 차가운 진실 앞에서, 나는 내 인생의 가장 뜨거운 선택을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