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과 여친: 우리가 숨겨온 진실
"대표님, 오늘 저녁은 꼭 일찍 퇴근하셔야 합니다." 나는 매일 아침처럼 그의 일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3년째 대표님의 비서로 일하면서, 나는 그의 모든 표정 변화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사무실 공기는 늘 그렇듯 커피 향과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의 책상 위 액자 속 여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였다. 대표님의 여자친구이자 우리 회사의 최대 투자자의 딸. 모두가 아는 공식적인 연인 관계였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잖아요." 내가 상기시키자 대표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으로 초여름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준비해둔 선물은 책상 서랍에 있습니다. 7시 예약도 확인했고요." 완벽한 비서로서 나는 그의 연애까지 관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의 진짜 연인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대표님은 창가로 걸어가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묻어있었다. 3년 전, 회사 위기 때 그 투자자가 내민 조건은 명확했다. 투자의 대가로 그의 딸과 교제할 것. 회사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조용히 손을 겹쳤다. 회의실과 주차장, 그리고 가끔 출장지에서만 우리는 진짜 연인이 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참아요. 곧 모든 게 끝나요."
책상 위 전화기가 울렸다. 그녀였다. 대표님은 내 눈을 바라보며 전화를 받았다. "응, 오늘 저녁에 봐. 선물? 물론 준비했지." 완벽한 연기였다.
통화가 끝난 후, 그는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오늘 밤, 모든 걸 말할 거야. 계약이고 뭐고 다 끝내버릴 거야. 우리가 시작할 시간이야."
나는 미소 지었지만, 가슴은 불안으로 가득 찼다. 그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녀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를 나만 받았다. "우리 셋이 함께 저녁을 먹자고 대표님께 전해줄래요, 비서실장님? 아니, 내 남자친구의 여자친구?"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완벽한 비서, 비밀스러운 연인, 그리고 이제 곧 드러날 배신자. 대표님이 저녁 약속을 위해 준비하는 동안, 나는 그녀가 보낸 또 하나의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투자금의 절반을 네 이름으로 넣어뒀어. 원래 계획대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