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대표님영상

마지막 영상 속 대표님

마지막으로 대표님의 영상을 본 건 그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화면 속 그는 여전히 활기찼고, 우리가 알던 그 특유의 카리스마로 가득했다. 그러나 영상 끝부분에 나온 한 마디가 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이 영상을 보는 순간, 나는 이미 세상에 없을 겁니다."

스타트업 '드림코드'의 최연소 개발자로 입사한 나는 항상 김태훈 대표님을 우러러봤다. 그는 IT 업계의 신화였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마법사였다. 회의실에서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빛나는 순간들, 밤샘 작업 중에도 직원들에게 건넨 따뜻한 격려의 말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꿈을 향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우리 모두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표님이 출근하지 않았다. 사무실은 수군거림으로 가득 찼고, 오후가 되자 공식 발표가 있었다. "김태훈 대표님께서 어젯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그 이후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세계의 중심축이 무너져 내렸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 후, 대표님의 비서가 나를 찾아왔다. "대표님께서 당신에게 이것을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USB 하나를 건네받았다.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에 꽂았을 때, 화면에 나타난 대표님의 얼굴은 내가 아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안녕, 민준아.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내가 예상했던 일이 일어난 거야."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다. "의사가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어. 하지만 내가 떠난 후에도 드림코드는 계속되어야 해. 그리고 그 중심에 너를 두고 싶어."

영상은 계속됐다. 대표님은 자신이 몰래 개발해온 혁신적인 AI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그 기술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내 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너의 코딩 스타일, 문제 해결 방식... 네가 가진 잠재력을 내가 놓칠 리 없었지. 이 USB에는 내가 3년간 개발한 모든 코드가 들어있어. 이걸 완성시키는 건 너뿐이야."

화면 속 대표님의 눈빛이 흔들렸다. "민준아, 난 죽음이 두렵지 않아. 다만 내 꿈을 완성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울 뿐이야. 이건 유언이 아니라 바통 터치야. 내가 가지 못한 길을 네가 대신 걸어주길 바라."

영상이 끝나고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 잠시 후 코드 창이 열렸고, 내 앞에는 대표님이 남긴 미완성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그것은 단순한 AI가 아니었다.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화하는 기술이었다. 마지막 주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완성되면, 나를 다시 불러내 줘."

스크린 앞에서 나는 키보드를 잡았다. 대표님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 아니 어쩌면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기 위해,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 이 영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신호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