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과 영화: 스크린 너머의 진실
대표님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영화관 스크린을 향해 반짝였다. 내가 그의 옆에 앉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회사 전체 단합 영화 관람이라는 명목 하에, 모든 직원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유독 비어있던 자리는 대표님 옆자리뿐이었다. 숙고 끝에 앉은 그 자리에서, 나는 그가 내뿜는 향수 냄새와 팝콘의 짭조름한 향기 사이에서 어색하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스크린에 펼쳐진 영화는 평범한 회사원이 우연히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되는 스릴러였다. 영화 속 주인공이 숨겨진 파일을 발견했을 때, 대표님의 숨소리가 미세하게 거칠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두꺼운 손가락이 팔걸이를 꽉 움켜쥐었다가 놓기를 반복했다. 영화관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내 목덜미를 스치며 오싹한 느낌을 주었다.
"재미있는 영화네요." 중간 휴식 시간에 대표님이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마치 내 생각을 읽으려는 듯 날카로웠다.
"네, 아주 흥미롭습니다." 내가 답했다. "특히 주인공이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이 사실적이어서 더 몰입됩니다."
대표님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진실이란 때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하지."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 순간, 내 휴대폰에 회사 서버 접속 알림이 울렸다. 누군가 내 계정으로 기밀 폴더에 접근하고 있었다.
영화 후반부, 스크린 속 주인공은 진실을 폭로하기 위한 마지막 결단의 순간에 서 있었다. 주인공의 고뇌에 찬 표정이 클로즈업되는 순간, 대표님이 나직이 말했다. "때로는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현명할 때도 있어. 영화와 현실은 다르니까."
영화가 끝나고 밝아진 조명 아래, 대표님은 모두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내 자리로 돌아가기 전, 그는 내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내일 내 사무실로 와. 자네가 지난주에 발견한 회계 파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발견한 비밀 회계 장부, 그리고 대표님이 선택한 오늘의 영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그의 계획된 각본 속 한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집으로 향하는 길,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바라본 밤하늘의 별들은 마치 누군가의 감시 카메라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