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오컬트 계약
대표님의 책상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순간, 나는 내 경력이 막 끝나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쿠키 같은 냄새와 유황 향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고, 내 뒤편에서 문이 스스로 닫히며 '찰칵' 소리를 냈다.
"김 대리, 들어와서 앉게." 대표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옥타브 낮았고, 그의 눈은 형광등 아래서 비정상적으로 반짝였다. "자네를 특별히 불러낸 이유가 있네."
창밖으로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고, 번개가 사무실 창을 파랗게 비췄다. 대표님의 책상 위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대 양피지가 펼쳐져 있었다. 양피지 가장자리는 불에 그슬린 듯 검게 변해 있었고, 알 수 없는 기호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우리 회사가 이번 분기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대표님이 양피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뿐이네."
가까이 다가가자 양피지에서 심장 박동 같은 맥동이 느껴졌다. 손끝이 저절로 떨렸다. 양피지의 마지막 줄에는 서명란이 있었고, 이미 다섯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모두 지난 3년간 갑자기 승진한 후 실종된 직원들의 이름이었다.
"이건 계약서입니까?" 내 목소리가 갈라졌다.
대표님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이가 순간 너무 많아 보였다. "자네는 항상 눈치가 빨랐지. 그래, 계약이네. 아주 특별한 종류의."
대표님이 서랍에서 붉은 잉크가 담긴 만년필을 꺼냈다. 너무 진한 붉은색이었다. "자네에게 전무 자리를 주겠네. 연봉은 지금의 다섯 배. 단, 5년 계약이야."
대표님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워졌는데, 분명 그의 형상과 달랐다. 너무 크고, 너무 뾰족했다. 그림자에는 뿔이 있었다.
"그리고 5년 후에는요?" 내 입에서 저절로 나온 질문이었다.
대표님이 미소를 지었다. "자네 영혼이 회사 자산이 되는 거지. 너무 걱정 말게. 우리 회사는 직원 복지가 좋아. 지옥에서도 자네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걸세."
내 손이 떨렸다. 전무라니. 다섯 배의 연봉이라니. 마음속에서 탐욕이 꿈틀거렸다. 펜을 잡으려는 순간, 나의 사직서가 들어 있던 주머니가 이상하게 뜨거워졌다.
대표님의 눈이 붉게 빛났다. "자, 결정은?"
연봉 다섯 배의 무게와 영원한 영혼의 무게 사이에서, 나는 주머니에서 사직서를 꺼내들었다. 대표님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그의 그림자가 벽에서 울부짖었다. 창문 너머로 번개가 다시 한번 번쩍였다. 그리고 내가 사직서를 내밀자, 양피지가 저절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음을 기다리겠네," 대표님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여러 개의 목소리가 겹쳐진 것처럼 들렸다. "다음은 그렇게 쉽게 도망치지 못할 거야."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내 뒤에서 누군가—아니, 무언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사무실을 나서며 깨달았다. 때로는 가장 무서운 악마가 뿔과 꼬리를 가진 것이 아니라, 넥타이를 매고 당신에게 승진을 약속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