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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요리

요리하는 대표님: 맛의 경계선

대표님의 칼날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주방을 지배했다. 그것은 마치 수술실에서 집도의가 메스를 다루는 것처럼 정확하고 냉철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입구에 얼어붙었다.

"김 대리, 거기 서 있지 말고 들어와요." 대표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담긴 강철 같은 단단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말했을 때, 양파를 썰던 칼날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회사에서 가장 냉혹한 인물로 알려진 대표님이 심야에 회사 구내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 힘들었다. 더욱이 내일 있을 중요한 투자 미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보고서는 마무리됐나요?" 대표님이 물었다. 나는 그가 내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 말을 더듬었다.

"네, 모두 완료했습니다. 마지막 수정본을 가져왔습니다."

대표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내게 숟가락을 건넸다. "이거 한번 맛봐요."

붉은 스프가 담긴 숟가락을 입에 가져갔을 때, 예상치 못한 맛의 폭발이 일어났다. 토마토의 산미와 바질의 향긋함, 그리고 어떤 은은한 향신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와, 정말 맛있습니다." 솔직한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대표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내가 3년간 회사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비즈니스와 요리는 비슷해요." 그가 토마토를 더 넣으며 말했다. "둘 다 정확한 비율, 타이밍, 그리고 열정이 필요하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맛을 보았다. "균형입니다. 너무 공격적이면 망가지고, 너무 조심스러우면 평범해져요."

대표님은 쉬지 않고 여러 재료를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회의실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그의 다른 면을 발견했다. 완벽주의는 같았지만, 여기서의 그는 더 자유로웠고 생기가 넘쳤다.

"내일 미팅에서 우리 제안이 통과될 것 같습니까?"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은 웃었다. "통계적으로 60% 정도의 확률이죠. 하지만..." 그는 스프에 마지막 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요리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모든 계산과 전략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직감, 용기, 그리고..." 그는 내게 다시 한 번 스프를 맛보게 했다.

이번에는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더 깊고, 더 복잡하고, 더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마법 같은 한 방울이죠." 대표님이 말했다.

다음 날 미팅에서, 나는 대표님의 눈에서 어젯밤 그 스프를 만들 때와 같은 빛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회사 전체에 투자 유치 성공 소식이 전해졌을 때, 나는 요리와 비즈니스 사이의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좁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