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유튜버 이중생활
출근하는 나를 맞이한 것은 사무실 문 앞에 모여 웅성거리는 직원들이었다. 유튜브에서 바이럴이 된 영상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들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어색함이 뒤섞여 있었다. 오방식 대표님이 '프리지아' 화장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르고 리뷰하는 영상이었다. 우리 회사가 만든 그 화장품 말이다.
"이거... 진짜 대표님 맞죠?" 마케팅 팀장 유진이 물었다.
화면 속 대표님은 과장된 표정으로 제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여러분, 이 크림 바르면 피부가 쫀쫀해져요! 제 주름이 싹 사라졌어요! 와우!" 형광색 배경과 함께 '좋아요와 구독 꾹' 자막이 번쩍였다. 그리고 영상의 제목 아래에는 구독자 12만 명을 자랑하는 '프리지아오빠'라는 계정이 있었다.
항상 정장 차림에 단정한 머리, 낮은 목소리로 실적 보고서를 요구하던 그 대표님이 맞나 싶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화려한 손짓과 밝은 음성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그가 말한 "여러분~" 하는 친근한 인사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정적을 깨고 회의실에서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월요일 아침부터 단체 유튜브 시청회야?"
우리는 서둘러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그날 하루 종일 사무실은 미묘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점심시간, 나는 용기를 내어 대표님 사무실을 노크했다.
"들어오세요." 익숙한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문을 열자 대표님은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었다. 그의 화면에는 유튜브 편집 프로그램이 열려 있었다.
"그거... 대표님이셨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가 안경을 벗었다. 그의 눈에는 예상치 못한 취약함이 담겨 있었다.
"10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한 번도 우리 제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본 적이 없었어. 직원들은 항상 좋다고만 말하고..." 그가 모니터를 돌렸다. "댓글들을 봐. '이 아저씨 리뷰는 믿을 수 있어', '과장 없이 단점도 말해줘서 좋아요'. 사람들이 진실을 원한다는 걸 깨달았어."
그의 모니터에는 다음 영상을 위한 스크립트가 적혀 있었다. 제목은 '프리지아 선크림의 진짜 문제점과 개선 방향'.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내가 물었다.
대표님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다음 제품 회의에는 프리지아오빠도 참석할 예정이야. 우리 직원들이 놀랄 만한 아이디어가 많거든." 그리고 그는 다시 컴퓨터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 영상은... 우리가 곧 출시할 신제품의 문제점을 먼저 지적할 거야. 그래야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
사무실을 나오면서 핸드폰을 꺼내 '프리지아오빠' 채널을 구독했다. 가끔은 이중생활이 세상을 더 정직하게 만드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