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비밀 자매: 거울 속 진실
대표님의 머리카락 끝이 회의실 공기를 가르며 매섭게 흔들렸다. 나는 그 순간 그녀의 눈에서 다른 누군가를 보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내가 직접 진행하겠습니다. 누구도 개입하지 마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날카로웠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가 회의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삼 년째 대표님의 비서로 일하면서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회색 정장과 항상 단정하게 묶인 머리, 중요한 의사 결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 그러나 지난 달부터 그녀는 달라졌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그녀는 어떤 회의도 예약하지 말라 지시했고, 사무실을 떠나는 그녀의 발걸음은 이상하게 가벼워 보였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나는 결국 그녀를 따라갔다. 대표님의 검은 세단은 도시 외곽의 한 요양원 앞에 멈췄다. 그녀가 들어간 지 20분 후, 나는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로비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소리와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코끝을 찔렀다.
"저희 원장님을 만나러 오셨나요?" 접수대의 간호사가 물었다.
"아니요, 저는... 방금 들어오신 여성분을 찾고 있어요."
"아, 민지 씨 말씀이시죠? 2층 207호에 계세요. 자매분을 만나러 오셨나 봐요."
자매? 대표님에게 자매가 있다고? 회사 프로필에는 외동딸로 기재되어 있었다. 혼란스러움을 감추며 나는 2층으로 향했다. 복도 끝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대표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오늘은 어때?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 가져왔어. 엄마가 매번 생일에 만들어주던 거 기억나?"
문틈으로 보이는 광경에 나는 숨을 멈췄다. 침대에 누운 여성은 대표님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지만, 생기 없는 눈빛과 허약한 몸은 마치 다른 세계의 존재 같았다. 대표님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회사는 잘 돼가. 네가 항상 꿈꿔왔던 대로. '강민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게 가끔은 무섭지만, 네가 꿈꿨던 삶을 내가 대신 살아가고 있어. 우리의 비밀이야, 언니."
순간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금요일마다의 비밀스러운 일정, 가끔씩 보이는 혼란스러운 표정, 그리고 그녀가 혼자 있을 때 종종 보이던 다른 사람의 서명 연습... 대표님은 실제 대표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픈 언니의 정체성을 빌려 살고 있었던 것이다.
발걸음을 돌려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아침, 대표님은 평소처럼 완벽한 모습으로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그녀의 눈에서 두 개의 영혼이 공존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안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로는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진짜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서로의 눈빛으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