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재밌는 이중생활
심장 위로 무거운 양복이 내려앉았다. 최준혁 대표는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 그의 손목시계가 6시 정각을 가리켰다. 회의실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위엄이 넘쳤지만, 그의 머릿속에선 이미 다른 세계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대표님, 내일 아침 7시 임원회의 자료 검토하시겠습니까?" 비서가 다가왔다.
"아니, 이메일로 보내. 오늘 저녁은 약속이 있어."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회사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준혁은 로비에 도착하자마자 양복 상의를 벗고 서류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평소와 달리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향했다. 대기업 대표로서 모든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지만, 오늘만큼은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30분.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길, 그는 작은 간판이 달린 건물 앞에 섰다. '웃음 터지는 즉흥극장'이라고 쓰인 간판 아래로 들어가자 독특한 분위기가 그를 반겼다.
"아, 준혁 씨 왔어요! 오늘도 연습 많이 하셨죠?" 극장 매니저가 반갑게 인사했다.
"물론이죠. 오늘은 진짜 웃겨드릴 자신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회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활기와 설렘이 넘쳤다.
대기실에서 준혁은 넥타이를 완전히 풀고 머리를 흐트러뜨렸다. 거울 앞에서 여러 가지 표정을 연습하는 모습은 회사에서 냉철한 판단력으로 수천억 원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그 사람과는 전혀 달랐다.
"여러분, 오늘의 마지막 무대는 '비즈니스맨 준혁'의 즉흥 코미디입니다!"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무대에 오른 준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엄숙했던 표정은 사라지고,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가장 인기 있는 레퍼토리는 '꼰대 CEO' 캐릭터였다. 실제 회사에서 듣던 말들을 과장되게 흉내 내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누구도 그가 실제로 대기업 대표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 환호를 받으며 무대를 내려온 준혁의 눈에는 행복의 빛이 가득했다. 하루 종일 무거웠던 어깨가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수많은 직원들의 생계가 달린 결정을 내리는 삶과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삶 사이의 균형. 이것이 그의 비밀이었다.
다음 날 아침, 정확히 6시 59분. 넥타이를 완벽하게 매고 회의실로 들어서는 준혁 대표의 표정은 다시 엄격했다. 하지만 가끔 그의 눈가에 스치는 웃음기는 어제 밤의 흔적을 미묘하게 남기고 있었다. 때로는,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비밀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