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짝사랑: 직급 너머의 감정
대표님이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심장이 두 번 뛰었다. 한 번은 놀라서, 또 한 번은 설렘으로. 30층 높이의 사무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도시의 불빛들이 그의 옆모습을 조명하는 저녁, 나는 또다시 혼자만의 감정 전쟁 중이었다.
"김주현 씨, 이 기획안 좀 다시 검토해주겠어요?"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단단했다. 그 말에는 친절함과 단호함이 완벽하게 섞여 있었고, 내 귀에는 그 모든 것이 아름답게 들렸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서류 한 장의 무게가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손끝이 스치는 짧은 순간, 정전기가 일었다. 실제로는 그냥 정전기였을 뿐인데, 나는 그것을 어떤 징조로 해석하려 애썼다.
"네, 대표님. 내일 아침까지 수정해서 드리겠습니다." 내 목소리는 항상 공손했고, 감정은 항상 철저히 숨겨져 있었다. 회사에서 단 한 명도 알아채지 못했다. 최연소 여성 CEO로 업계를 장악한 그를 향한 내 마음을.
사무실이 텅 빈 밤 11시, 나는 그의 기획안 수정에 몰두하고 있었다. 진동하는 핸드폰 화면에 그의 이름이 떴다. "아직 회사에 있나요?" 간결한 메시지. 심장이 또 두 번 뛰었다. 한 번은 놀라서, 또 한 번은 부끄러워서.
"네, 대표님. 기획안 검토 중입니다." 내 답장도 항상 그랬듯 단순하고 전문적이었다.
"옥상으로 올라오세요. 커피 가져왔습니다."
옥상 문을 열자 서울의 밤하늘이 펼쳐졌다. 대표님은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고, 옆에는 테이크아웃 커피 두 잔이 놓여 있었다. 그가 나를 바라봤을 때, 그의 눈에서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다. 피로함? 외로움? 아니면 내 상상일 뿐인 무언가?
"주현 씨, 언제까지 이렇게 할 건가요?" 그의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요.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방식을." 그의 목소리에는 비난이 아닌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다.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몇 년간 철저히 감춰온 마음이 이렇게 쉽게 들통날 줄은 몰랐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표님, 저는...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더듬어졌다.
그가 미소를 지었다. "왜 미안해하죠? 나도 당신이 회의실에 들어올 때마다 심장이 두 번 뛰는걸요. 한 번은 긴장해서, 또 한 번은..." 그는 말을 멈추고 내 눈을 바로 쳐다봤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만의 외로운 짝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우리 둘의 공동 작품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던지는 시선 속에는 이미 서로의 대답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서울의 밤하늘 아래, 우리는 직급과 직위를 떠나 그저 두 사람으로 서 있었다. 이제 심장은 한 번만 뛰었다. 확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