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마지막 추리: 진실은 항상 숨겨져 있다
회사 대표실 문이 열리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마치 나를 비웃듯 반짝였다. 대표님은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움직임이 없었고, 그의 등에는 칼이 깊이 박혀 있었다.
"정 팀장님, 보안 카메라 영상 확인했습니다. 살해 시간대에 출입한 사람은 단 네 명뿐입니다." 경찰은 내게 명단을 건넸다. 이준호 상무, 한지민 비서, 김영철 이사, 그리고 박서현 - 나였다.
대표님은 생전에 추리 소설을 즐겨 읽었다. 그의 책장은 아가사 크리스티부터 셜록 홈즈까지 빼곡했다. 이제 그 자신이 추리 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아이러니가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본 게 언제죠?" 형사의 질문에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오후 5시, 분기 보고서를 전달하러 왔을 때였다. 그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이건 내일 아침에 열어보세요."
그 봉투를 열어보니 대표님의 필체로 쓰인 메모가 있었다.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합니다.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내 데스크탑 비밀번호 '1958Sherlockian'을 입력하고 '마지막 추리'라는 파일을 확인하세요.'
경찰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나는 대표님의 컴퓨터를 켰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바탕화면에 '마지막 추리'라는 문서가 눈에 들어왔다. 떨리는 손으로 파일을 열었다.
'나를 죽이려는 자는 내가 발견한 횡령 증거를 없애려 합니다. 15년간 회사 자금을 빼돌린 범인은 이준호입니다. 증거는 금고 뒤 벽면에 숨겨두었습니다. 서현, 당신이라면 진실을 밝힐 것이라 믿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이준호 상무가 들어왔다. 그의 눈에서 불길한 빛이 번쩍였다. "무슨 파일을 보고 있나, 정 팀장?"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대표님이 남긴 마지막 추리예요." 내 목소리는 떨렸지만, 손은 이미 증거를 내 휴대폰에 전송 버튼을 누른 후였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영리하군. 대표는 항상 당신을 높이 샀어. 하지만 이제 대표의 마지막 추리는 당신과 함께 사라져야겠군."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 할 때, 경찰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졌다. 누군가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경찰이다! 문을 열어라!"
이준호의 눈이 확대됐다. 내 휴대폰 화면에는 '메시지 전송 완료: 김형사님'이라는 알림이 떠 있었다.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죽어서도 추리를 멈추지 않았군요," 내가 말했다. "대표님은 자신의 죽음까지도 하나의 퍼즐로 만들어 진실을 밝히셨어요."
방 안에 경찰들이 들이닥치며, 나는 생각했다. 대표님이 남긴 마지막 추리는 끝났지만, 그의 지혜는 여전히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