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출근, 대표님의 선택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 정류장에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나는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았다. 땀에 젖은 셔츠, 비뚤어진 넥타이, 그리고 공포에 질린 눈동자. 오늘은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대표님이 전 직원 아침 조회를 주재하는 날이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니 8시 27분. 회사까지는 걸어서 15분이 걸리는데, 조회는 8시 30분 정각에 시작한다. 단 3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대표님은 시간 약속에 있어서는 군대식 정확함을 고집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지각한 임원이 강등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뒷목에서 흐르는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출근길 인파 속에서 나만 달리기 선수처럼 질주했다. 정장 바지가 허벅지에 달라붙고, 구두 안쪽이 발꿈치를 벗겨냈다. 8시 29분. 회사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것이 보였다. "잠깐만요!" 내 목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졌지만, 문은 닫혔다. 계단. 그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8층까지 달렸다. 심장은 이제 터질 것만 같았다.
8시 31분. 회의실 문을 열자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대표님의 날카로운 시선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침묵이 흘렀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교통체증이..." 변명을 시작하려는 찰나, 대표님이 손을 들어 나를 멈추게 했다.
"김 과장, 앉으세요." 예상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였다. 회의는 진행됐고, 대표님은 회사의 새로운 비전과 방향성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그의 눈빛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따뜻함이 있었다.
조회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가려는데, 대표님이 나를 불렀다. '이제 혼나겠구나' 생각하며 다가갔다. "김 과장, 오늘 조회에서 말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네, 대표님."
"오늘부터 우리 회사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합니다. 9시에서 10시 사이 자유롭게 출근해도 됩니다." 대표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솔직히 나도 오늘 늦게 도착했어요. 당신이 뛰어오는 모습을 주차장에서 봤거든요."
그제서야 알아챘다. 대표님의 구두에 묻은 흙과 약간 젖은 바지 끝단. 나와 같은 길을 뛰어왔던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붙잡지 못했던 것도, 계단을 뛰어올랐던 것도,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그날 이후, 회사의 문화는 완전히 바뀌었다. 가끔 아침 일찍 출근하면, 대표님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는 말했다. "리더의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모두를 위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출근길에 달려본 적 있는 사람만이 그 긴장감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