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취업 면접
대표님이 면접실로 들어오자 공기가 얼어붙었다. "제 이름은 강민재입니다. 오늘 면접관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운명의 역설이라면, 나는 이미 우주의 장난에 빠져버린 것이다.
일주일 전, 나는 5년간 몸담았던 스타트업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짐을 쌌다. 대표님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퇴직 서류만 내밀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이 내 취업 면접관으로 앉아있다. 회의실의 에어컨 바람이 목덜미를 차갑게 간질였지만, 내 이마에선 땀방울이 맺혔다.
"박지현 님이시죠? 이력서 잘 봤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똑같았다.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난 것처럼 행동하는 그의 연기에 나도 따라 연기하기로 했다. 그가 이력서를 넘기는 소리는 마치 사형 선고문을 읽는 것처럼 들렸다.
"스타트업에서 5년간 근무하셨네요. 퇴사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떠올랐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회색빛 건물들이 나를 비웃는 듯했다.
"회사의 미래 비전과 제 경력 방향이 일치하지 않아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거짓말이 내 혀끝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의 눈에서 순간적인 당혹감을 읽었다.
면접은 예상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가 나의 프로젝트 경험을 물었을 때, 나는 그와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 둘 다 이 상황의 기이함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전문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가 물었다. 회의실의 시계 초침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렸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사실, 대표님... 아니, 강 이사님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비록 마지막이 아쉬웠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발전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눈이 커졌다. 침묵이 흘렀다. "알고 계셨군요," 그가 마침내 말했다. "네, 첫 순간부터요," 내가 대답했다.
그는 서류를 정리하며 일어섰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 가능하신가요?"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면접실을 나서며, 그가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당신이 얼마나 유능한지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구조조정은... 이사회의 결정이었어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때로는 취업이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남겨두고 온 이야기들로 돌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대표님도 자신의 일터에서 또 다른 종류의 취업 면접을 매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