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판타지 회사
"인간계와 판타지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 당신의 비즈니스 솔루션은 무엇입니까?" 면접관의 질문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장 재킷 안쪽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3개월 전, 나는 평범한 중소기업 직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도시 전체가 변했다. 드래곤이 빌딩 꼭대기에서 날개를 펄럭이고, 요정들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세계는 온통 혼란에 빠졌지만, 놀랍게도 경제는 계속 돌아갔다. 오히려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그 중심에 '대표님의 판타지'라는 이상한 회사가 있었다.
"저는... 인간과 판타지 생물 간의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는 번역 앱을 제안합니다." 내 대답에 면접관인 엘프가 날카로운 귀를 쫑긋 세웠다.
대기실로 돌아오니 오크, 드워프, 심지어 불사조까지 다양한 지원자들이 있었다. 모두 정장을 입고 노트북으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점검하고 있었다. 판타지 생물들도 취업 전쟁에서는 예외가 없나 보다.
마침내 최종 면접. 그 유명한 '대표님'을 만날 시간이었다. 문이 열리고 들어선 사무실은 놀랍도록 평범했다. 책상 뒤에는 평범해 보이는 중년의 한국인 남성이 앉아 있었다.
"자네가 그 번역 앱을 제안한 지원자군."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흥미로운 아이디어야."
"감사합니다, 대표님." 나는 공손히 대답했다.
"하지만 자네, 왜 이 회사에 지원했지? 우리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나?"
당혹스러웠다. 구인 공고에는 '신세계 비즈니스 솔루션'이라고만 써있었다.
"사실... 정확히는 모릅니다."
대표님은 미소 지었다. "우리는 판타지를 현실로 만듭니다. 그게 전부죠."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사무실 벽이 투명해졌다. 그 너머로 거대한 공장이 보였다. 수천 명의 직원들이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꿈을 조립하고 있었다.
"인간의 상상력은 현실을 창조합니다." 대표님이 말했다. "이 세계의 변화는 우연이 아니에요. 우리가 만든 겁니다. 인류의 집단적 판타지가 현실이 된 거죠."
나는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자네의 번역 앱은 좋은 생각이오. 채용하겠소." 그가 손을 내밀었다. "이제 새로운 세계를 함께 만들어 봅시다."
그의 손을 잡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어쩌면 이 모든 것—판타지 세계의 출현, 이 회사, 이 면접까지—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항상 꿈꿔왔던 판타지가 현실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내가 다른 이들의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