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대표님화장품

대표님의 숨겨진 화장품: 가면 뒤의 진실

김 대표님이 갑자기 화장실로 달려간 건 모두가 보았다. 그의 창백해진 얼굴과 손에 쥐어진 붉은 봉투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나는 보았다. 나, 김 대표님의 5년차 비서 장민주는 무엇이든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민주 씨, 오늘 회의 자료 다 준비됐지?" 화장실에서 돌아온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더 낮고, 더 부드러웠다. 그의 입술은 미세하게 더 붉었고, 피부는 마치 조명이 바뀐 것처럼 더 매끈해 보였다.

"네, 대표님.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내 목소리는 무심했지만, 눈은 그의 왼쪽 귀 뒤에 남은 미세한 파운데이션 자국을 쫓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중견 건설업체. 40대 중반의 남성 임원들로 가득한 곳에서 김 대표님은 언제나 '진짜 남자'를 강조했다. "화장하고 다니는 요즘 꽃미남들 같지 말고,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의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은 나만 알고 있었다.

화장품. 특히 고급 브랜드의 파운데이션과 컨실러. 대외 행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화장실에 들어가 몰래 화장을 고치는 김 대표님. 나는 그의 서류를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영수증을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 해외 투자자들과의 미팅은 특히 중요합니다. 표정 관리 잘 하셔야 해요." 나는 그에게 거울을 건네며 말했다. 그의 눈에 번쩍 경계심이 스쳤다.

"무슨 소리야? 내가 왜 표정 관리를..." 그는 말을 멈추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왼쪽 귀 뒤의 파운데이션 자국. 그는 천천히 얼굴이 굳어갔다.

"걱정 마세요, 대표님. 제가 지금 지워 드릴게요." 내가 티슈를 꺼내자 그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민주 씨... 이건..."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비밀로 해 드릴게요. 그런데 제가 얼마전에 개발한 자연 성분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이 있어요. 지금 쓰시는 것보다 피부에 좋고 티 안 나게 발리는데, 한번 써보시겠어요?"

그날 저녁, 투자 미팅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김 대표님은 처음으로 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왜 말하지 않았어?" 그가 물었다.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비밀이 있으니까요. 제 화장품 연구는 그저 취미였어요... 처음엔요."

일 년 후, 우리 회사는 건설업에서 화장품 사업으로 확장했다. '진짜 남자를 위한' 메이크업 라인 '리얼맨'은 출시 첫 달에 완판을 기록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비서가 아니었다. 화장품 사업부의 신임 이사로서, 김 대표님과 함께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대표님은 더 이상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지 않는다. 그는 이제 자신의 사무실에서 당당하게 거울을 보며 말한다. "민주 씨, 이 제품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는데." 때로는 가면이 벗겨질 때,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얼굴이 때론 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