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빈자리: 우리가 몰랐던 회사의 진실
대표님이 사라진 지 정확히 일주일째, 회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나는 27층 창문 너머로 도시를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셨다. 쓰디쓴 아메리카노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감각이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사무실의 키보드 소리와 어우러져 이상한 교향곡을 만들어냈다.
"오늘 임원 회의 있어요." 수진이 내 책상 앞에 서서 말했다. "대표님 부재 중 회사 운영 방안에 대해서요."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의 갑작스러운 '휴가'는 공식적으로는 건강상의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다. 그날 밤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나와 재무팀의 민석이, 그리고 법무팀의 지원이뿐이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폭풍 전야처럼 무거웠다. 창가에 선 민석이가 내게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 앉았고, 대표님의 의자만 비어 있었다.
"회사의 비자금 관련 문서를 모두 확보했습니다." 민석이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5년간 46억 원이 빠져나갔어요. 모두 대표님 개인 계좌로."
회의실이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창밖의 빗소리만이 우리 사이로 스며들었다. 누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마케팅팀의 혜진이 물었다.
나는 서류 가방에서 파란색 폴더를 꺼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대표님은 이 회사를 철저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잠시 망설이다 폴더를 열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습니다."
폴더 안에는 대표님이 오래전 설립한 직원 지분 공유 제도에 관한 문서가 있었다. 그는 세금 혜택을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문서상으로는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자동으로 회사의 지분을 나눠 갖게 되어 있었다.
"법적으로... 이 회사는 이미 우리의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방 안의 공기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희망으로 바뀌어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누군가 물었다.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지원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지금쯤 해외로 도주했을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 그와 우리 모두를 위한 최선입니다."
회의가 끝나고, 나는 다시 창가로 돌아와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비가 그쳤고, 햇빛이 구름 사이로 비치기 시작했다. 문득 깨달았다. 회사라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대표님의 빈자리는 공포가 아닌, 우리가 꿈꿔왔던 새로운 시작의 기회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