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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남친

대학교 남친: 타인의 역할을 연기하는 우리

이상하게도, 대학교 캠퍼스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거짓말은 연애였다. 그중에서도 내 거짓말은 특별했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남자친구를 만들어냈고, 김현우라는 그 가상의 남친은 어느새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오늘도 현우랑 데이트야?" 룸메이트 지연이 물었다. 나는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바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나서자 가을 바람이 볼을 스쳤다. 카페에 도착해 익숙하게 창가 자리에 앉았다. 두 개의 음료를 주문하고, 맞은편 의자에 가방을 걸어놓았다. 여기까지가 내 금요일 오후 일과였다.

남자친구를 만들게 된 건 대학 첫 학기,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개팅과 미팅에 지쳐 한 번 던진 "저 남친 있어요"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 순간의 편리함이 이렇게 일 년 넘는 거짓말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김현우는 공대생이었고, 바쁜 전공 수업 때문에 평일에는 잘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단체 모임에는 항상 불참했다.

커피를 홀짝이며 혼자 노트북을 켰다. SNS에 '오늘도 열공 중인 우리 현우♥'라는 글과 함께 맞은편 빈자리를 교묘하게 피한 사진을 올렸다. 가끔은 남자 손목시계나 커피잔을 빌려 함께 있는 것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그날 오후, 평소처럼 창문 너머 캠퍼스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내 테이블 앞에 멈춰 섰다.

"여기 자리 있나요?" 낯선 남학생이 물었다. 카페가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아, 여긴..." 반사적으로 거절하려다 망설였다. "앉으세요."

그는 맞은편, 내 가상의 남자친구가 앉았어야 할 자리에 앉았다. 뭔가 어색했지만, 우리는 각자 공부에 몰두했다. 가끔 시선이 마주치면 어색한 미소를 교환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혹시... 기다리는 사람 없으세요?" 그가 갑자기 물었다.

"네? 아... 네." 애매하게 대답했다.

"근데 왜 음료를 두 잔 주문하셨죠?"

얼굴이 화끈거렸다. "습관이에요. 공부하다 목마르면 또 일어나기 귀찮아서..."

그는 미소지었다. "전 이상하게도 혼자 있는 여자애가 두 잔의 음료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일 년 넘게 봐왔거든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제야 그를 알아봤다. 카페 건너편 도서관에서 항상 공부하던 남학생. 우리는 직접 마주친 적은 없었지만, 서로를 자주 보았을 터였다.

"당신의 남자친구가 되어줄래요? 진짜로." 그가 웃으며 말했다. "김현우라고 해요. 공대생이고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대학교에서 완벽하게 연기했던 거짓 관계가, 어쩌면 가장 진실된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가끔은 우리가 만들어낸 거짓말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