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만난 대표님: 운명의 강의실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 내가 수강 신청한 '벤처 창업의 이해'는 교수가 아닌 '특별 초빙 강사'가 진행한다는 정보만 있었다. 첫 강의실에 들어서자 예상과 달리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30대 중반의 남자가 칠판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 여러분과 함께할 김태호입니다. 회사에선 대표님이라 불리지만, 여기선 그냥 태호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강의실 공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스타트업계에서 신화로 불리는 '테이크오프'의 창업자가 우리 앞에 서 있었다. 지난해 기업가치 1조를 돌파한 그 회사의. 교실 전체가 술렁였다. 나는 노트북을 꺼내며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형광등 불빛 아래 그의 얼굴은 잡지 표지보다 더 생생했고, 그가 말할 때마다 분필 가루와 섞인 커피향이 강의실을 채웠다.
"여러분, 창업은 교과서에 없습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의 말문이 트이자 우리는 빠르게 그의 세계로 빨려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세 번의 실패한 스타트업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냈다. 대학 시절 기숙사에서 시작한 첫 사업, 졸업 후 친구들과 뛰어든 두 번째 도전,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부모님 집 지하실에서 재시작한 마지막 도전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그 강의는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그는 교수가 아니었다. 대표님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우리와 같은 눈높이에서 진짜 경험을 나누는 멘토였다. 강의가 끝난 후 남아 질문하는 학생들의 줄이 점점、길어졌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제가 구상 중인 아이디어를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용기를 내어 물었던 그날, 그는 수업 후 카페에서 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검토해주었다. 형광등 대신 따뜻한 조명 아래, 분필 가루 대신 시나몬 향이 감도는 공간에서 그는 더 이상 '대표님'이 아닌 '태호 선배'가 되었다.
"대학교는 실패해도 괜찮은 마지막 안전지대예요. 여기서 모든 걸 시도해보세요." 그의 조언은 단순했지만 강렬했다. 학기가 끝날 무렵, 나는 그의 회사 인턴십 제안을 받았다. 대표님과 학생의 관계는 어느새 창업가와 예비 창업가의 관계로 진화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의 투자를 받아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가끔 내 사무실 창문으로 모교 캠퍼스가 보일 때면, 그 강의실에서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대학교라는 우연한 공간이 아니었다면, 대표님이라는 타이틀 뒤에 숨은 진짜 멘토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 아침, 나는 대학 후배들에게 강의를 하기 위해 그 익숙한 강의실로 향했다. 칠판 앞에 서서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 여러분과 함께할 이준호입니다. 회사에선 대표님이라 불리지만, 여기선 그냥 준호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운명은 때때로 강의실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