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데이트: 17년 후의 재회
교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먼지 입자들을 춤추게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이 교실에 앉았던 것은 정확히 17년 전, 졸업하던 날이었다. 이제 나는 같은 책상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일 바닥에 울리는 구두 소리가 가까워졌다. 심장이 귓가에서 쿵쾅거렸다. 교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마지막 수업 종이 울리던 날 내게 쪽지를 건네던 바로 그 소녀가—이제는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여인이—문간에 서 있었다.
"진짜 왔네,"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는 달라졌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미소는 그대로였다. "우리의 첫 데이트를 이렇게 하자고 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어."
나는 칠판 앞에 서서 분필을 집어 들었다. 분필 가루가 손가락에 묻어나는 감촉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17년 전, 이 교실에서 네게 고백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오늘 이곳에서 전하고 싶었어."
그녀는 천천히 교실을 가로질러 내게 다가왔다. 오후의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의 눈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변함없었다.
"이건 좀 특이한 데이트 코스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카페나 영화관에서 만나는데."
"우리는 특별하니까," 내가 답했다. 그리고 맞은편 창문으로 보이는 운동장을 가리켰다. "기억나? 저기서 체육 시간에 네가 발목을 다쳤을 때, 내가 보건실까지 업어줬던 거."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넌 그날 내 일기장을 몰래 훔쳐봤지. 네가 그랬다는 거 알아."
나는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내 일기장에 있던 사진이 약간 삐뚤어져 있었어. 항상 반듯하게 붙이는 내가 그럴 리 없잖아."
우리는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 17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밖에서 현재의 학생들이 하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를 달리는 발소리, 웃음소리, 사물함 문이 닫히는 소리. 모든 것이 우리의 청춘을 떠올리게 했다.
"이곳에서 시작하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는 건 어때?" 내가 물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그럼 지금부터 진짜 데이트를 시작해볼까? 옥상으로 가자. 우리가 몰래 올라가서 별을 보던 그곳."
우리는 학생들이 사라진 복도를 따라 걸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때로는 돌아가야 할 곳이 바로 시작해야 할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오늘 밤, 17년 전 우리가 함께 바라봤던 그 별들 아래에서, 늦어진 우리의 이야기가 마침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