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공포: 마지막 오디션
마이크가 켜지는 순간, 내 인생의 모든 빛이 소멸했다. 스튜디오의 서늘한 공기가 내 맨살을 베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드라마 '심연의 속삭임' 주연 오디션 최종 후보자였다. 카메라 렌즈들이 철저히 나를 감시하는 칠흑 같은 눈동자처럼 느껴졌다.
"정은서 씨, 시작해 주세요."
목소리는 차갑고 평평했다. 심사위원들은 내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나는 그들의 시선이 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손에는 대본과 함께 뭔가가 더 있었다. 어제 새벽 도착한 익명의 쪽지. '진실을 보여주라. 그러면 네 꿈을 이루게 해주마.'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미친 여자의 독백. 환청에 시달리는 여성. 내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채웠을 때, 스포트라이트가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처음엔 기술적 결함이라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더 깊이, 정은서 씨. 당신의 내면에 있는 공포를 끌어내세요." 심사위원의 목소리가 마치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다시 대사를 이어갔을 때 무언가 달라졌다. 내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더 깊고, 더 어둡고, 이상하게 친숙한 음색이었다. 눈을 뜨자 스튜디오의 벽이 끝없이 확장되는 것처럼 보였다. 심사위원석에서 붉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완벽해요, 계속하세요." 그 목소리는 이제 여러 개의 목소리가 겹쳐진 것처럼 들렸다.
공포에 질려 그만두려 했지만, 내 입은 멈추지 않았다. 대본이 없는 대사들이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몰랐던, 나의 가장 깊은 곳에 묻어둔 단어들. 한 줄 한 줄 읊을 때마다 스튜디오는 더 어두워졌고, 심사위원들의 눈이 붉게 빛났다.
"당신이 찾던 배우군요." 심사위원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기괴하게 늘어져 있었다. "우리 드라마는 연기가 아닙니다. 진짜 공포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제서야 깨달았다. 쪽지, 오디션, 모든 것이 함정이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배우가 아니라 먹잇감이었다. 도망치려 했지만 내 다리는 바닥에 붙어 있었다. 카메라들이 인간의 눈으로 변해 나를 응시했다.
"축하합니다, 정은서 씨. 당신은 이제 '심연의 속삭임'의 영원한 스타가 됩니다."
스튜디오 문이 철컥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서서히 방송용 붉은 불빛만 남았다. 다음 날 아침, 모든 연예 뉴스는 신인 배우 정은서의 '심연의 속삭임' 캐스팅과 놀랍도록 리얼한 연기력에 대해 보도했다. 아무도 그 드라마의 공포가 왜 그토록 진실되게 느껴지는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