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대표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꿈을 팔고, 누군가는 환상을 팔고, 나는 사람들의 눈물을 팝니다." 김서진 대표는 투자자들 앞에서 항상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다. 열두 번째 시즌을 앞둔 드라마 제작사의 수장으로서, 그녀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주무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오늘도 제작사 사무실은 다음 드라마의 캐스팅 문제로 아수라장이었다. 조명 테이블 위에는 배우들의 프로필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었고, 커피 잔에서는 싸늘한 김이 더 이상 피어오르지 않았다. 대본 작가는 마감에 쫓겨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이도윤 씨는 절대 안 됩니다. 저번 시즌에서 그 사고 이후로 보험사에서..." 조연출이 말했다.
"내가 결정할 사항이야." 서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석양이 그녀의 실루엣을 붉게 물들였다. "모두 퇴근해."
사무실이 텅 비자, 서진은 벽에 걸린 시청률 그래프를 오랫동안 응시했다. 최근 3개의 드라마가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방송사는 이미 경고를 보냈고, 투자자들은 불안해했다.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USB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했다. 화면에 나타난 영상은 7년 전, 그녀가 아직 보조 작가였을 때 몰래 촬영한 것이었다. 당시 업계의 대표적인 스타 감독과 회장의 비리 현장이었다. 그 영상 덕분에 회사의 권력 구도가 바뀌었고, 서진은 급속도로 승진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리얼리티보다 더 리얼해야 한다고 항상 말했잖아요, 회장님." 빈 사무실에 대고 중얼거렸다.
다음 날 아침, 서진은 특별한 캐스팅 소식을 들고 회의실에 들어섰다. "이도윤 씨가 주연을 맡기로 했어요.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후 계속했다. "내가 직접 연출을 맡겠습니다."
충격에 빠진 직원들 사이로 웅성거림이 퍼졌다. 서진은 10년 넘게 카메라를 만져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이 드라마는 우리의 마지막 기회예요. 성공하지 못하면..." 그녀의 눈에 결연함이 깃들었다.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촬영은 예상대로 힘들었다. 서진의 지시는 때로는 모호했고, 때로는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어떤 장면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특히 그녀가 이도윤에게 속삭인 후 촬영된 장면들은 마치 실제 감정을 포착한 듯했다.
방영 첫 주, 시청률은 역대급이었다. 두 번째 주에는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마지막 회 방영 전날, 서진의 사무실로 이도윤이 찾아왔다.
"대표님,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이건 연기가 아니라 고문이에요."
서진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이도윤 씨, 알아요?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이 뭔지..." 그녀는 차분히 말했다. "드라마는 끝이 있다는 거예요."
다음 날, 마지막 화가 방영됐다. 시청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서진의 제작사는 구원받았다. 그러나 이도윤은 그날 이후 어떤 작품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연기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했다고 말했지만, 서진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 때로는 가장 위대한 드라마가 카메라 밖에서 벌어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