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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드라마: 우리가 만든 인생의 한 장면

교실 형광등이 깜빡이던 순간, 나는 내 인생이 바뀔 것임을 알았다. 조회 시간, 담임 선생님이 던진 폭탄선언 때문이었다. "이번 축제에서 우리 반은 단막극을 공연합니다. 대본부터 연출까지 여러분이 직접 해볼 거예요."

창밖에서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교실을 채우는 한숨과 섞였다. 나는 연극반도 아니고, 카메라 앞에 서본 적도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대본 작가로 뽑혔다.

"너, 일기장에 끄적이는 거 봤어. 글 잘 쓰잖아." 반장 민수의 말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내 이야기들이 갑자기 스물여덟 명의 급우들 앞에 펼쳐질 운명이 되었다.

교실 뒤편 나무 책상에 앉아 연필을 굴리며 이야기를 짜내기 시작했다. 창가에 앉은 유진이의 우울함, 항상 웃는 태현이의 숨겨진 상처, 선생님의 멍한 눈빛에 담긴 사연... 함께 생활하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내 대본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학교에서의 하루"라는 평범한 제목의 대본이 완성되었을 때, 처음으로 내 글에 자신감이 생겼다. 연습은 혼란스러웠다. 체육관에서 울려퍼지는 웃음소리, 연기를 거부하는 친구들의 투정, 퍼즐처럼 맞춰지지 않는 동선들. 공연 전날엔 주인공 역할의 태현이가 갑자기 아프다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할게." 평소 말이 없던 전학생 기준이가 손을 들었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마지막 리허설에서 기준이의 연기는 완벽했다. 태현이의 대사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말하는 그를 보며 나는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축제 당일, 커튼이 열리고 우리의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관객석에서는 웃음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 장면, 기준이가 연기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고백하는 순간이 왔다.

"사실 나는... 이 대사가 내 이야기인 줄 알았어."

대본에 없는 말이었다. 객석이 조용해졌다. 기준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전학 오기 전, 내가 겪었던 일과 똑같아. 어떻게 알았어?"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그날 이후 우리 반은 달라졌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고, 평범한 학교생활 속에 숨겨진 각자의 드라마를 발견하게 되었다.

졸업 앨범을 받던 날, 기준이가 내게 작은 메모를 건넸다. "네가 쓴 대본 덕분에 내 진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 고마워."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드라마를 살아가고 있으며, 때로는 누군가의 대본이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