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공포: 사랑의 저주
그가 사라진 날, 내 전화기에는 그의 목소리만 남았다. "사랑해. 영원히." 보통 같으면 달콤했을 그 한마디가 이제는 귓가에서 맴도는 저주가 되었다.
우리의 만남은 너무나 완벽했다. 도서관에서 마주친 그의 미소는 햇살처럼 따스했고, 첫 데이트에서 나누었던 키스는 달콤한 와인처럼 취하게 했다. 밤하늘의 별들이 우리 사랑을 축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별빛만큼이나 그의 눈동자에 서린 어둠도 진실이었다는 것을.
"율리아, 난 너를 처음 본 순간 알았어. 넌 내 운명이라는 걸." 그의 말에는 항상 묘한 집착이 묻어있었다. 처음엔 그저 뜨거운 사랑의 표현이라 생각했다. 내 모든 일정을 기억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완벽히 알아내는 그의 노력이 감동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점점 이상해졌다. 내가 가는 곳마다 그가 있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많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밤, 침대 옆 서랍에서 발견한 노트에는 내 일상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 만나는 사람들, 심지어 내가 언제 샤워를 하는지까지.
"난 그냥 네가 좋아하는 걸 알고 싶었을 뿐이야." 그의 목소리는 떨렸고, 눈빛은 슬펐다. 나는 믿고 싶었다. 그의 사랑이 그저 과했을 뿐이라고. 그날 밤 화해의 포옹 속에서 그의 심장 소리는 마치 폭풍우 전의 고요함 같았다.
그가 사라진 건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는 이미 없었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한 송이 장미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사랑해. 영원히."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시작됐다. 매일 밤 정확히 3시 33분, 내 전화로 걸려오는 그의 음성 메시지. 항상 같은 말이었다. "사랑해. 영원히." 처음엔 그가 어딘가에서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의 차가 절벽에서 추락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했다. 시신은 찾지 못했지만.
어제 밤, 전화는 오지 않았다. 대신 내 침대 옆에 젖은 발자국이 있었다. 소금물 같은 냄새가 방 안을 채웠다. 그리고 베개 위에는 녹슨 반지 하나. 우리가 함께 바다에 던졌던 바로 그 약혼반지였다.
오늘 밤, 나는 침대에 누워 3시 33분을 기다린다. 창문 너머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빗소리 사이로 누군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젖은 옷자락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 문손잡이가 천천히 돌아간다. 내 심장은 폭풍우처럼 요동친다.
"사랑해. 영원히." 문이 열리고, 나는 마침내 이해한다. 때로는 사랑이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나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