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날씨: 그날의 비가 우리를 만들었다
그녀는 비가 내리는 날 사랑에 빠지고, 눈이 내리는 날 이별한다는 기묘한 법칙을 믿었다. 내 삶에 처음 비가 쏟아졌던 그날, 카페 문을 열었을 때 유리창에 매달린 빗방울들이 태양 빛에 반짝이며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녀도.
"우산 없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빗소리보다 더 선명했다. 까만 머리카락 끝에서 빗물이 똑똑 떨어지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우리는 한 우산 아래 첫 대화를 시작했다.
서울의 여름은 장마와 함께 왔다. 우리의 로맨스도 그랬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었고, 습기 찬 공기 속에서 그녀의 향기는 더욱 짙어졌다. "날씨가 우리의 감정을 만든다고 생각해?" 그녀가 물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녀의 말이 예언이 될 줄은.
가을이 왔을 때, 우리는 단풍이 물든 공원에서 손을 맞잡았다. 드물게 맑았던 하늘 아래, 그녀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만큼이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늘에는 이미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겨울의 첫 눈이 내리던 날, 그녀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타났다. 평소와 달리 그녀의 두 볼은 차가운 공기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날씨 예보 봤어?" 그녀가 물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눈이 내린대." 그 말을 하던 그녀의 눈에서도 눈이 내렸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그녀는 이별을 고했다.
"내가 날씨에 너무 민감해서 미안해."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날씨와 함께 요동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울한 장마철에만 사랑에 빠지고, 화창한 날씨에는 불안해하던 그녀. 그리고 겨울이 오면 모든 감정이 얼어붙는다고 했던 그녀의 고백이 이제야 이해됐다.
봄이 왔다. 벚꽃이 흩날리는 날,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요즘도 날씨에 따라 사랑하나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웃음으로 답했다. "이제는 날씨를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그녀가 내 손을 잡았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행인들은 비를 피해 뛰어갔지만, 우리는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내 귓가에 닿았다. "내 마음속에 항상 비가 내리게 해줄래요?"
지금도 날씨 앱보다 그녀의 메시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그녀의 마음에 어떤 날씨가 찾아왔는지가, 실제 하늘의 날씨보다 내게는 더 중요하니까. 사람들은 날씨가 감정을 좌우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안다. 때로는 사랑이 날씨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