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생존 게임: 난 당신을 위해 살아남았다
세상이 무너진 그날, 그녀의 마지막 문자는 단 세 글자였다. "살아남아." 재앙 후 455일, 나는 여전히 그 말을 삶의 이유로 삼고 있다.
오늘도 나는 폐허가 된 도심을 헤맨다. 부서진 유리창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이 먼지 속을 춤추게 한다. 붉은빛을 띤 이 도시의 공기는 여전히 금속 냄새가 난다. 생존자들은 이것을 '피의 안개'라고 부른다. 숨을 깊이 들이마실 때마다 폐가 조여오는 느낌이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무너진 서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소연이 좋아했던 곳이다. 그녀와 처음 만난 장소. 반쯤 무너진 입구를 조심스레 통과하자 과거의 기억이 밀려온다. 소연은 항상 로맨스 소설 코너에 있었다. "이게 어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존 이야기예요."라고 말하며 내게 책을 건넸던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나는 무너진 책장 사이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한다. 소연의 은색 책갈피다. 우리가 함께 고른 것. 손에 쥐자 팔목에 새긴 좌표가 따끔거린다. 재난 직후 소연이 내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보내온 숫자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1년 넘게 도시 곳곳을 헤매고 있다.
갑자기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긴장한다. '청소부'들이다. 생존자를 사냥하는 무리들. 그들에게 발견되면 죽음뿐이다. 숨을 죽이고 잠시 엎드려 있자니, 소연과의 마지막 순간이 떠오른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재난 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그녀가 말했다.
"아니야, 우리는 함께할 거야. 약속해."
"만약 헤어지게 되면... 이 좌표를 기억해. 그리고 살아남아."
발소리가 멀어지자 나는 다시 일어나 서점을 빠져나온다. 오늘도 소연을 찾지 못했지만, 책갈피는 찾았다. 살아남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폐허가 된 도시를 가로지르며 나는 깨닫는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매일 아침 눈을 뜨고 그녀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결심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이해한 로맨스의 본질이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나는 소연의 좌표를 향해 걸어간다. 세상은 끝났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맨스와 생존 사이에서, 나는 둘 다를 선택했다. 내일 해가 뜨면, 나는 또다시 그녀를 찾아 나설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존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아남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