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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개팅

운명의 소개팅: 로맨스의 시작과 끝

"신데렐라는 자정에 도망쳤지만, 당신은 정확히 9시 17분에 화장실로 도망쳤네요." 소개팅 상대의 메시지를 읽는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제 저녁의 소개팅은 재앙이었다. 우리 사이에 깔린 어색함은 너무 짙어서 공기 중에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화의 간격 사이로 흐르는 침묵은 끈적이는 시럽처럼 느껴졌고, 시간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흘렀다. 그가 와인 잔을 기울일 때마다 나는 몰래 시계를 확인했다. 8시 45분, 9시 3분, 9시 12분...

그리고 9시 17분, 나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도망쳤다. 레스토랑 뒷문으로 빠져나가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완벽했다. 하지만 무언가 결정적으로 부족했다. 어떤 소설책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 '화학 반응'이 말이다.

"저기, 다음에는 도망치기 전에 계산이라도 반반씩 하고 가면 어떨까요?"

그의 두 번째 메시지에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내 행동이 부끄러웠지만, 그의 유머 감각은 어젯밤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답장을 보냈다.

"정말 죄송해요. 어제는 제가 너무 예의 없었어요. 계산은 제가 모두 할게요."

그와의 메시지는 이상하게도 술술 풀렸다. 문자 속 그는 어젯밤의 그가 아니었다.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고, 따뜻했다. 이틀 뒤, 우리는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웃을 수 있었다.

"사실 어젯밤에 너무 긴장했어요. 소개팅이 처음이라..." 그가 쑥스럽게 말했다.

나도 고백했다. "저도요. 그래서 도망친 거예요. 제가 견딜 수 없었던 건 당신이 아니라 상황이었어요."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은 여섯 시간 동안 이어졌다. 처음 소개팅에서 긴장했던 두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두 사람이 있었다.

오늘, 그 소개팅으로부터 정확히 5년이 지났다. 나는 우리의 첫 번째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같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이제 내 손가락에는 그가 준 반지가 빛나고 있다. 가끔 나는 생각한다. 만약 그날 밤 9시 17분에 도망치지 않았다면, 또 그가 유머러스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면, 우리의 로맨스는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테이블 위에는 그에게 줄 작은 선물 상자가 놓여있다. 그 안에는 작은 양말 한 켤레가 들어있다. 우리의 로맨스가 새로운 장을 시작하려는 순간, 레스토랑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온다. 내 인생의 소개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