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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여친

로맨스 코드 404: 여친을 찾을 수 없습니다

윤우는 여친을 다운로드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도 손가락 끝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쓸어내리던 감각이 남아있었다. '여친.exe' 설치 완료 메시지가 눈앞에 아직도 선명했다. 그는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세상은 변함없이 회색빛이었다.

"연결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다시 시도해주세요." 데이팅 앱의 메시지가 그의 휴대폰 화면을 가득 채웠다. 윤우는 한숨을 내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혀끝을 자극했지만, 그것보다 더 쓴 것은 그의 마음이었다. 로맨스란 남들에게만 허락된 사치품 같았다.

회사에서 돌아오는 지하철 안, 그의 맞은편에는 서로의 손을 맞잡은 연인이 앉아있었다.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여자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윤우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때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윤우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자신의 흐릿한 얼굴이 애처로워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 어귀의 작은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오늘따라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종소리와 함께 책 냄새가 그를 반겼다. 그는 무작정 책장 사이를 헤매다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로맨스'라는 제목이었다.

"그 책 재밌어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윤우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짧은 머리의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저도 지난주에 읽었거든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연결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윤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책을 들여다보았다. "아, 네... 그런가요?"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좋아요. 혹시 관심 있으시면..." 그녀는 다른 책장으로 향했고, 윤우는 이상하게도 그녀를 따라갔다. 그들은 책에 대해, 그리고 점점 다른 이야기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윤우의 휴대폰이 가방 속에서 울렸지만, 그는 처음으로 그것을 무시했다.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서점 앞에 서서 이야기를 계속했고, 그녀가 웃을 때마다 윤우의 가슴속에서는 무언가가 따뜻하게 일렁였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로맨스는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순간, 책장 사이에서, 별빛 아래에서, 실제 세계의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헤어질 시간, 윤우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혹시... 내일도 여기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가 미소 지었다. "네, 좋아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윤우는 휴대폰을 꺼내 모든 데이팅 앱을 삭제했다. 화면이 암전되면서 그의 얼굴에 비친 미소가 마지막으로 반짝였다. 때로는 연결이 끊어져야만 진짜 연결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