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여행: 돌아오지 않는 계절
기차역 플랫폼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떠나려는 순간마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방식으로 나를 붙들려 하는지도 모른다. 봄바람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고, 그때 그가 손을 뻗어 내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우리의 마지막 로맨스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그냥 가지 마." 그의 목소리는 플랫폼을 울리는 출발 신호음에 묻혀 희미해졌다. 내 손가락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나왔다. 세 번의 봄을 함께한 남자를 뒤로하고, 나는 기차에 올랐다.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은 우리가 함께했던 여행지들을 닮아있었다. 강원도의 푸른 바다가 지나가고, 전주의 한옥 지붕이 스쳐갔다. 남해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우리는 서로의 미래를 그렸었다. 그가 잡은 내 손은 따뜻했고,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완벽했다. 하지만 완벽함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그때는 몰랐다.
여행 가방 안에는 그가 준 작은 선물들만 가득했다. 제주도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데기, 부산 영화제에서 함께 본 영화 티켓, 속초 카페에서 마신 커피 위에 그가 그려준 하트 모양의 크림이 담긴 사진. 이것들이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전부였다.
기차는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핸드폰에는 그의 메시지가 계속 도착했지만, 읽지 않았다. 읽는다면 돌아가고 말 것 같았다. 창에 비친 내 얼굴은 울고 있었다. 사랑이란 게 이런 것인가.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그를 두고 떠나는 것.
새벽녘, 내가 도착한 곳은 우리가 처음 만난 도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끝이 시작과 만나는 순간이었다. 역에 내려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가 없는 이 도시는 낯설게 느껴졌다. 호텔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마침내 그의 메시지를 열었다.
"네가 가는 곳이 어디든, 나는 그곳에 있을게."
숙소 문을 열자마자 나는 그를 보았다. 창가에 서서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은 필요 없었다. 우리의 첫 여행지, 첫 만남의 장소. 그는 내가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잖아," 그가 말했다.
창문을 통해 비치는 새벽빛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진정한 로맨스는 떠나고 돌아오는 사이의 모든 순간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떠나는 여행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돌아오는 길이 된다는 것을. 그의 품에 안기며, 나는 마침내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