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영상: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
유진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마지막 영상의 댓글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어디로 갔나요?" 아무도 답을 알지 못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우리의 만남은 유진이 첫 번째 브이로그를 촬영하던 날이었다. 카페 창가에 삼각대를 세우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그녀의 세상이 궁금해졌다. 그녀의 영상 속에는 항상 아름다운 순간들만 담겼다. 꽃이 만개한 공원, 석양이 물든 한강, 빗방울이 창문을 타고 흐르는 모습까지. 하지만 카메라 밖의 유진은 달랐다.
"영상 편집하느라 또 밤샜어." 만날 때마다 그녀의 눈 밑 다크서클은 짙어졌다. 로맨스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 보던 그녀는 자신의 채널에 '일상 속 로맨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녀의 현실에는 로맨스가 없었다. 오직 카메라 속에서만 존재했다.
"사람들은 내 영상을 보며 내 삶이 완벽하다고 생각해." 그녀가 술에 취해 고백했던 밤이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 나는... 그저 외로운 사람일 뿐이야."
우리의 관계는 묘했다. 연인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그녀의 영상에 절대 등장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했기 때문이다. "너는 나만의 비밀이야," 그녀가 말했다.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진짜 로맨스."
하지만 6개월 전, 유진의 구독자 수가 100만을 넘었을 때 모든 것이 변했다. 협찬 제안과 광고가 밀려들었고, 그녀는 점점 자신이 만든, 완벽한 일상 속 캐릭터에 갇혀갔다. "난 내가 만든 이미지가 되어버렸어. 이제 진짜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만난 날, 유진은 울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데, 왜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을까?" 그녀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다음 날, 그녀는 마지막 영상을 올렸다. 제목은 단순했다. '안녕'.
영상 속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영상은 내가 꿈꿔왔던 로맨스였어요. 하지만 이제 진짜 내 이야기를 찾으러 떠나려 해요."
유진이 사라진 지 한 달이 지났다. 오늘 아침, 낯선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첨부된 영상은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의 모습이었다. 카메라는 천천히 돌아 유진의 미소 짓는 얼굴을 비췄다. 그녀의 눈 밑 다크서클은 사라졌고, 눈빛은 선명했다. "이건 우리만의 영상이야. 절대 업로드하지 않을 거야."
때로는 진정한 로맨스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는 걸, 그녀는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