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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오컬트

로맨스와 오컬트의 경계: 그림자를 사랑한 여자

내 그림자가 사라진 건 내 생일날이었다. 뜨거운 햇빛 아래 서 있었는데, 문득 발밑을 보니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구름이 해를 가렸나 싶었지만, 하늘은 끝없이 푸르렀고 다른 모든 것들은 정상적으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오직 나만 예외였다.

"다들 한 번쯤은 잃어버리니까 걱정 마." 오컬트 서점 '월식'의 주인 에드윈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 남자가 과장된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림자를 잃어버린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기다리지 마. 그림자는 제 주인을 떠날 자유가 있으니까." 그는 철학책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누구나 뭔가를 잃기 마련이야. 그림자, 꿈, 사랑... 언젠가는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날 밤, 내 방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이 바닥에 희미한 형체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그림자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그것은 스스로 춤을 추었다. 내 잃어버린 그림자였다. 나는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그림자는 내 모습과 닮았지만, 어딘가 자유로워 보였다.

"왜 날 떠났어?" 내가 물었다.

그림자는 움직임을 멈추더니 벽에 글자를 만들었다. '자유롭고 싶었어.'

그날부터 매일 밤, 내 그림자는 찾아왔다. 우리는 서로의 하루를 공유했다. 그는 지하 세계의 오컬트적 신비를 들려주었고, 나는 인간 세계의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괴상한 관계는 점점 더 깊어졌다. 그림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에게로 향해 있었다.

"내일 밤에는 올 수 없어."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초승달이 뜨는 밤이야. 그날은 그림자 세계의 결혼식이 열려."

"누구의 결혼식이야?" 내가 물었다.

'너의.'

그림자는 나의 당혹감을 즐기는 듯했다. '그림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림자 세계의 법에 따라 결혼해야 해. 그 대가로 네 영혼의 반을 줘야 하지만.'

내가 망설이자 그림자는 슬픔에 잠긴 듯 흐릿해졌다.

'선택은 네 몫이야. 하지만 거절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어.'

다음 날, 나는 에드윈의 서점을 찾았다.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고대 의식이 담긴 책을 건넸다.

"결정했어?" 그가 물었다.

"반쪽 영혼으로 살 수 있을까요?"

에드윈은 쓸쓸하게 웃었다. "누구나 이미 반쪽으로 살고 있어. 다만 대부분은 그걸 모르지."

오늘 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초승달 빛 아래, 나는 내 그림자와 마주 서 있다. 의식을 치르면 더 이상 햇빛 아래 설 수 없겠지만, 어쩌면 그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언제나 어둠과 빛 사이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