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유튜버: 타인의 사랑을 판매하는 일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 부를 때, 우리는 모두 유튜버가 됩니다." 마지막 촬영 직전, 나는 이 문장을 스크립트에 추가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러브터치' 채널은 내 이름 석 자보다 더 유명했다. 구독자 300만, 조회수는 억 단위. 모든 영상마다 '#로맨스 #커플일상 #데이트'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사람들의 피드를 장식했다.
민지와 나는 진짜 연인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계약 관계였다. 두 명의 매력적인 20대가 사랑에 빠진 척하는 것만으로도 광고 수익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매주 데이트 코스를 바꿔가며 영상을 찍었고, 댓글은 항상 같았다. "너무 부럽다" "진짜 사랑이란 이런 거구나" "이런 연애 하고 싶어요".
촬영 중엔 민지의 손을 잡는 것도,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것도, 심지어 키스신까지 자연스러웠다. 카메라 앞에서의 우리는 완벽한 커플이었다. 하지만 '컷'이 외쳐지는 순간, 우리는 다시 남남이 되었다.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 주에 새 영상 올릴 거니까 기대해주세요! 여러분의 '러브터치' 지호였습니다!"
카메라를 끄고 나서, 민지는 평소처럼 아무 말 없이 가방을 챙겼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계약 연장 안 할 거예요." 그녀가 문득 말했다.
"왜? 수익도 좋은데."
"진짜 사랑을 하고 싶어서요. 카메라 앞에서가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저 콘텐츠를 위해 그녀와 웃고, 손잡고, 키스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컷' 이후의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다음 날, 나는 혼자 카메라 앞에 섰다. "여러분, 오늘 특별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러브터치'는 처음부터 거짓이었습니다."
그 영상은 내 채널 역사상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내가 털어놓은 가짜 로맨스의 비하인드에 열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 순간 구독자는 두 배로 늘었다.
이제 나는 '로맨스 파헤치기' 채널을 운영한다. 가짜 커플 유튜버들의 실체를 폭로하는 콘텐츠다. 민지는 어느 영상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그녀의 SNS를 확인하면 진짜 연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
오늘도 나는 편집을 마치고 새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아마 사랑은 처음부터 콘텐츠가 될 수 없었던 것 같다. 사랑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느끼기 위한 것이니까. 하지만 지금도 나는 여전히 타인의 사랑을 카메라에 담아 판매하고 있다. 다만 방식만 달라졌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