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출근: 매일 아침 당신에게 가는 길
그녀가 출근길에 그를 처음 본 건 3월의 비 내리는 아침이었다. 버스 안에서 그의 젖은 우산이 그녀의 발등을 적셨을 때, 미안함에 가득 찬 그의 눈동자는 마치 오래전부터 그녀를 알고 있던 것 같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우산이..." 그의 목소리가 버스의 소음 속에서도 따뜻하게 울렸다. 민서는 괜찮다는 말과 함께 미소를 건넸다. 그때만 해도 이 우연한 만남이 그녀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다음 날, 같은 시간 같은 버스에서 그는 옆자리를 두드리며 그녀를 반겼다. "어제 옷 괜찮으세요?" 커피 두 잔을 들고 있던 그의 손에서 한 잔이 그녀에게로 건네졌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 어떻게 알았을까 싶었지만, 그저 우연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출근길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함께 걷는 10분은 하루 중 가장 빛나는 시간이 되었다. 은호라는 이름의 그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였고, 민서의 회사 건물 바로 옆에서 일했다. 5년간의 출근길에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비 오는 날이면 함께 우산을 쓰고, 더운 날이면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눈 오는 날이면 서로의 장갑 낀 손을 맞잡았다. 그들의 관계는 '출근길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특별한 고백 없이도, 약속 없이도,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시작되는 그들만의 의식이었다.
"오늘은 회식이라 늦을 것 같아요." 민서가 말했다.
"괜찮아요. 내일 아침에 봐요." 은호의 대답은 언제나 그랬다. 내일은 또 다른 출근길, 또 다른 만남.
그날 밤, 민서는 회식 중 우연히 은호의 친구를 만났다. "아, 민서씨! 은호가 정말 많이 얘기했어요. 5년 전 은호가 당신 사진을 회사 잡지에서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다니까요.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려고 일부러 집도 근처로 옮기고..."
민서의 손에 든 와인잔이 떨어질 뻔했다. 5년간의 우연이라 생각했던 모든 만남이 사실은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것. 배신감과 동시에 묘한 설렘이 교차했다.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지하철역에 도착한 민서는 플랫폼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은호를 발견했다. 항상 그랬듯 두 잔의 커피를 들고, 그러나 오늘따라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5년이나 걸렸네요, 당신의 출근길에 제가 끼어들기까지." 민서가 말했다. 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제 정식으로 데이트를 신청해볼 생각은 없나요?"
은호의 얼굴에 안도와 기쁨이 번졌다. 그 순간, 민서는 깨달았다 -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로맨스가 매일의 출근길처럼,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걷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