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남친: 그가 사라진 날
재윤은 나의 맛집 지도였다. 시내에 새로 생긴 가게의 오픈 소식은 그의 인스타그램에 가장 먼저 올라왔고, 그가 추천한 메뉴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볼 때도 내가 그를 '맛집 남친'이라 부르는 이유였다.
"오늘은 스페셜 코스를 준비했어," 재윤이 보낸 마지막 문자였다. 그날 저녁 약속 장소인 한남동 골목 어딘가로 향하며, 나는 그가 또 어떤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을 발견했을지 기대했다.
도착한 곳은 낡은 건물 지하, 간판도 없는 문 앞이었다. 평소의 재윤 스타일이었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SNS에서 핫한 곳보다, 손님이 드문 골목의 문을 열면 마법처럼 펼쳐지는 별세계를 더 사랑했다.
문을 열자 오래된 목재 테이블과 낡은 천장 아래 백열등만이 공간을 밝히고 있었다. 텅 빈 공간에 한 테이블에만 촛불이 켜져 있었다. 그 자리에 앉자 곧 나이 많은 셰프가 다가왔다.
"재윤 씨 친구분이시죠?" 그가 물었다. "네, 약속이 있어서요. 아직 안 왔나요?"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이미 약속 시간을 20분 넘긴 상태였다.
"이건 그가 주문해둔 겁니다." 셰프는 정성스레 차린 요리를 내려놓았다. 코스는 정확히 내가 좋아하는 맛들의 조합이었다. 톡 쏘는 유자향 세비체부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72시간 수비드한 안심까지. 마지막 디저트는 내가 태어난 섬의 특산물인 귤을 활용한 무스였다.
나는 혼자서 모든 코스를 먹었다. 재윤에게 세 번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마지막 후식을 먹으며, 계산할 때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미 모두 지불됐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남겼어요." 셰프는 작은 봉투를 건넸다.
'내일 뉴욕으로 떠나. 6개월 코스를 밟게 됐어. 갑작스러워서 미안해. 이 곳 셰프님은 내가 2년간 찾은 맛집 중 가장 진정성 있는 분이야. 네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돌아오면 더 많은 맛집을 함께 찾자. - 맛집 남친'
탁자 위의 촛불이 흔들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레스토랑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하지만 입안에는 여전히 귤향이 가득했고, 손에는 그의 글씨가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재윤이 발견한 맛집이 아닌, 재윤이 보여준 맛의 세계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맛은 수백 번의 식사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