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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여친: 그녀의 마지막 추천

그녀가 마지막으로 추천한 맛집은 우리가 헤어지기 세 시간 전이었다. "여기 매운탕이 진짜 끝내준대. 내일 꼭 같이 가자." 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 오지 않을 것임을 그녀만 모르고 있었으니까.

윤서는 맛집 추적자였다. 그녀의 휴대폰 지도 앱에는 빨간 점들이 서울 전역에 흩뿌려져 있었고, 그 점들은 그녀가 발견한 보물 상자 같은 가게들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녀는 '여기 해물파전이 진짜 쫄깃쫄깃하다'며 낯선 골목으로 나를 이끌었다. 불투명한 소주잔 너머로 보이던 그녀의 눈빛에 반해, 나는 맛보다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식사를 하게 됐다.

데이트 코스는 항상 윤서의 몫이었다. 오늘은 얼큰한 국물이 당긴다며 해장국집으로, 어제는 은은한 불맛이 일품이라는 중국집으로. 그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내 모습이 때론 비굴하게 느껴졌지만, 그녀가 음식을 먹을 때 보이는 행복한 표정은 그 어떤 불편함도 상쇄시켰다.

"이 집 알아? 인스타에 올라오기 전에 가봐야 해." 그녀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지쳐갔다. 그녀에게 나는 맛집을 함께 탐험할 동반자였지,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헤어짐을 결심한 날, 그녀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새로운 맛집 리스트를 읊고 있었다. 장인의 손맛이 담긴 칼국수집, 숨겨진 옥상 루프탑 바, 심야에만 문을 여는 비밀 디저트 가게. 그 모든 장소에서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내일 늦게 퇴근할 것 같아." 나의 말에 그녀는 "괜찮아, 기다릴게"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알았다. 그녀는 진정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했던 것이지, 단지 맛집 방문 목록을 채우려던 것이 아니라는 걸.

다음 날, 나는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다. 오해였다고, 나에게 그녀는 맛집 이상의 의미였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릴 때, 나는 그저 무표정을 유지했다.

이제 나는 혼자서 식사를 한다. 가끔 그녀가 추천했던 가게들을 찾아가지만, 음식은 더 이상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오늘도 그녀가 마지막으로 언급했던 매운탕집 앞에 서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윤서였다. 새로운 남자와 함께였다. 그녀는 여전히 음식에 대한 열정으로 눈을 빛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슬며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에게 맛집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언어였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문법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