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영상의 이면
스마트폰 화면 속 음식은 늘 완벽했다. 이수현은 다시 한번 녹화 버튼을 누르고 젓가락으로 돈가스를 들어올렸다. 노란 치즈가 길게 늘어나며 황금빛 조명 아래 반짝였다. 그녀의 채널 구독자는 어제 50만을 돌파했다.
"오늘 소개해드릴 맛집은 신촌에 숨겨진 보석 같은 돈가스 전문점입니다. 이 치즈의 늘어남 좀 보세요!"
말끔하게 정돈된 프레임 안에서 수현은 환하게 웃었다. 치즈가 늘어나는 모습을 세 번 더 촬영했다. 완벽한 각도를 찾기 위해 돈가스는 식어갔다. 테이블 위, 카메라 렌즈 바깥에는 열 개가 넘는 냅킨과 여섯 개의 물티슈가 널브러져 있었다.
"와, 정말 바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치즈의 조화가 일품이에요! 여러분들도 꼭 방문해보세요!"
수현은 카메라를 끄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겨우 첫 입을 베어 물었지만,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았다. 차가워진 돈가스를 접시 구석으로 밀어냈다. 그녀의 위는 세 번째 맛집 촬영지인 이곳에 오기 전 두 곳에서 이미 촬영용으로 주문했던 음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스마트폰에 알림이 떴다. 50만 1천 명. 구독자가 또 늘었다. 그녀는 화면에 뜬 은행 앱 알림을 확인했다. 협찬비 300만원이 입금되었다.
"저기... 다 드시지 않으시나요?"
주방에서 나온 젊은 요리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수현은 그의 눈에서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읽었다.
"솔직히 말해도 될까요?" 수현이 카메라를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이 가게, 돈가스 맛은 평범해요. 하지만 제 영상이 올라가면 일주일 동안은 줄 서서 기다려야 할 거예요."
요리사의 얼굴이 굳었다. 수현은 그에게 아무런 미안함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맛에 대한 진실보다 영상의 힘이 더 중요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현은 오래된 김밥천국에 들렀다. 가게 안은 어두웠고, 손님은 그녀뿐이었다. 이곳은 절대 그녀의 영상에 등장하지 않을 곳이었다. ASMR용 마이크도, 조명도, 카메라도 꺼내지 않았다.
"김치찌개 하나요."
얼마 후 테이블에 놓인 뜨겁게 끓는 찌개에서 김치 향이 올라왔다. 수현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첫 술을 떠먹자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이 순간, 그녀는 오랜만에 진짜 맛을 느꼈다. 팔로워들은 결코 알지 못할 그녀만의 진짜 맛집이었다.
스마트폰에 또 알림이 울렸다. "내일 신상 디저트 카페 11시 촬영 확정." 수현은 메시지를 읽고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았다. 김치찌개의 김치 한 조각을 오래도록 씹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이 맛, 이 순간을 그대로 담아낼 용기가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