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짝사랑: 혀끝에서 피어나는 감정
그날, 그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알아버렸다. 나의 짝사랑이 시작되었음을.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처럼, 내 마음도 함께 끓어올랐다. 강남역 뒷골목, '정든 맛'이라는 평범한 간판을 단 그 식당의 주인장은 내가 앉자마자 물 한 잔을 내려놓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된장찌개보다 더 깊고, 매운탕보다 더 뜨거웠다.
"혼자 오셨네요. 추천 메뉴 드릴까요?"
그의 목소리는 갓 지은 밥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우리의 첫 대화가 시작되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그 식당을 찾았다. 건강을 핑계로 혼자 밥을 먹는다는 변명을 친구들에게 늘어놓으며. 나는 그의 손맛에 중독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사람에게.
"식당 주인과 손님이라는 관계가 뭐 어때서?" 친구 수진이 물었을 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메뉴판에 없는 요리를 주문하는 것과 같아."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메뉴판도 바뀌었다. 여름 별미 냉면, 가을 전복죽, 겨울 김치찌개.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내 마음이었다. 그의 요리는 점점 더 맛있어졌고, 내 마음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가 다른 손님들과 나누는 웃음에도 질투했다. 참으로 유치한 일이었다.
어느 겨울날, 용기를 내어 식당 문을 열었다.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그는 평소와 같이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나는 평소와 달랐다. 오늘은 내 마음을 고백하기로 한 날이었으니까.
"사장님, 제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른 여성이 나왔다.
"여보, 양념 간 좀 봐줘."
시간이 멈췄다. 내 심장도, 숨소리도. 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된 제 아내예요. 요리학교 동기인데, 결혼한 지 2년 됐어요. 해외에서 공부하다가 이제 합류했네요."
그날 주문한 돼지갈비는 평소보다 짰다. 아니, 내 눈물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밥을 다 먹고 계산대 앞에 섰을 때, 그는 내게 작은 종이봉투를 건넸다.
"단골손님께 드리는 거예요. 저희 식당 레시피 몇 개 적어봤어요. 혼자 사시니까 가끔은 집에서도 드셔보세요."
집으로 돌아와 종이봉투를 열었다. 정성스럽게 적힌 레시피들 사이에 작은 메모가 있었다.
"음식은 정성이고, 정성은 사랑입니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이 요리를 해주세요."
창밖으로 눈이 계속 내렸다. 나는 그날 밤 처음으로 요리를 했다. 서툴렀지만, 그의 레시피대로. 짝사랑은 끝났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후련했다. 어쩌면 진짜 맛집은 내 마음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짝사랑이라는 요리가 서서히 익어가고 있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