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MBTI: 당신의 미각이 말하는 본능
영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자신의 집착적 행동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는 것을. 상대방의 MBTI를 물어보기 전에 먼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는 자신의 모습에서, 그는 사람들을 음식 취향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ENFP인 그녀가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고? 말도 안 돼." 영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의 노트에는 4년간 수집한 데이터가 빼곡했다. ISTJ들은 대체로 짜장면을, ENFP들은 매운 태국 음식을, INFJ들은 감성적인 디저트 카페를 선호한다는 자신만의 이론이 있었다.
그날 저녁, 소개팅 장소로 영수가 선택한 곳은 평소 INFP들이 좋아한다고 믿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상대방 유진의 MBTI를 미리 확인했기 때문이다. 와인 글라스에 빛이 반사되어 만드는 붉은 그림자가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었다. 토마토와 바질의 향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MBTI 같은 거 믿으세요?" 유진이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며 물었다.
"조금요. 하지만 저는 사람의 음식 취향이 더 성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영수가 답했다.
유진의 눈이 반짝였다. "재밌네요. 제 음식 취향으로 저를 분석해보세요."
영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음, 파스타를 먹는 방식을 보니 완벽주의자 같아요. 하지만 와인을 선택할 때는 모험적이었죠. INFP 중에서도 T가 살짝 섞인 것 같네요."
유진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실은 저 ESTJ예요. 그리고..."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실 이탈리안 음식 별로 안 좋아해요. 그냥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맞춰준 거예요."
영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완벽한 이론에 균열이 생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함 대신, 흥미로움이 밀려왔다.
"그럼 뭐 좋아하세요?" 영수가 진심으로 궁금해하며 물었다.
"길거리 음식이요. 특히 매운 떡볶이." 유진이 씩 웃었다.
영수는 자신의 노트를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ESTJ와 떡볶이? 자신의 데이터에 없는 조합이었다. 이론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메인 코스가, 디저트가 나왔다. 대화는 깊어졌다. 그들은 음식과 성격에 관한 각자의 이론을 주고받았다. 영수는 처음으로 자신의 '맛집 MBTI 이론'을 누군가와 나눴고, 유진은 그것을 진지하게 들었다.
헤어질 때, 유진이 제안했다. "다음에는 제가 진짜 좋아하는 떡볶이집으로 가요. 당신의 이론에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을 거예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수는 깨달았다. 사람을 분류하는 것보다,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더 흥미롭다는 것을. 그는 다음 만남이 기다려졌다. 아마도 그날, 그는 자신의 노트에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할 것이다 - 'ESTJ와 떡볶이, 그리고 내가 미처 몰랐던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