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공포: 벽 너머의 속삭임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은 3년 차 간호사인 나에게도 여전히 소름 돋는 경험이었다. 자정이 막 지난 병원의 적막 속에서 그것은 마치 벽 안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
"김 간호사, 307호 환자 바이탈 체크했어요?" 수간호사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트를 넘겼지만, 머릿속에선 여전히 그 속삭임이 맴돌았다. 병원의 야간 근무는 항상 이랬다. 형광등 아래 너무 하얀 복도, 소독약 냄새, 그리고 가끔씩 들리는 설명할 수 없는 소리들.
오늘 밤은 특히 더 조용했다. 중환자실에서 넘어온 환자가 있는 404호를 제외하면 이 층은 거의 비어있었다. 모니터 불빛만이 간호 스테이션을 희미하게 밝히는 가운데, 나는 차트 정리에 집중하려 애썼다.
"도... 와... 줘..."
등 뒤에서 들려온 희미한 목소리에 펜을 떨어뜨렸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었다. 이제 환청까지 들리는 건가. 피로가 극에 달했다고 자위하며 커피를 마시러 휴게실로 향했다.
불현듯 404호 앞을 지나가는데 모니터 알람이 울렸다. 병실로 뛰어 들어갔지만, 환자는 평온히 자고 있었고 모니터상 수치도 정상이었다. 기계 오작동인가? 그때 내 시선이 환자의 팔에 닿았다. 주사 바늘이 꽂힌 부위 주변으로 미세한 멍이 퍼져 있었다. 어제는 분명 없었던 흔적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병실을 나오려는데, 복도 저쪽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었다. 백의를 입은 의사 같았지만, 형체가 이상하게 흐릿했다. "선생님?" 내가 부르자 그는 코너를 돌아 사라졌다.
간호 스테이션으로 돌아와 당직표를 확인했다. 오늘 밤 이 층에 당직 의사는 없었다. CCTV를 확인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404호 앞 복도 영상만 녹화되지 않고 있었다.
다시 404호로 향했다. 환자의 차트를 꺼내 보니 어제부터 투약 기록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처방한 적 없는 약물이었다. 수기로 작성된 처방전의 필체는 마치 떨리는 손으로 쓴 듯 흐트러져 있었다.
공포에 질려 병실을 살피는데, 침대 밑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허리를 굽혀 보니 의사 명찰이었다. 집어들자 오래된 얼룩이 묻어 있었다. 명찰 뒤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오늘로부터 정확히 5년 전 날짜였다.
그때 환자가 눈을 떴다. "마침내... 당신도... 보이는군요." 그의 목소리는 내가 복도에서 들었던 그 속삭임과 똑같았다. "그는... 계속 실험을 하고 있어요. 죽은 뒤에도..."
조용한 병원 복도를 달려 응급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등 뒤에서 차가운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뒤돌아보니 백의를 입은 그가 서 있었다. 이제 그의 얼굴이 선명히 보였다. 명찰 속 그 의사였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오늘 밤, 나는 이 병원의 가장 오래된 비밀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 목격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