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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대표님

병원 대표님의 비밀

병원 자판기의 커피가 나오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질 때, 나는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푸른 형광등 아래 간호사가 건네는 차트에는 대표님의 마지막 활력징후가 일직선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김정호 대표님, 63세, 노블레스 병원 설립자이자 내가 평생을 바쳐 보좌했던 인물.

"박 비서, 유가족들이 도착했어요." 수간호사의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복도 저편에는 그의 아내와 두 자녀가 서 있었다.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이 형광등 아래서 반짝였다. 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공허하게 느껴졌다. 10년간 그를 위해 일했지만, 진짜 대표님을 아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으니까.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 후, 나는 대표님의 유언에 따라 그의 개인 사무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발견한 작은 USB 드라이브는 '박 비서에게만'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컴퓨터에 연결했다.

"박 비서,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난 이미 세상을 떠난 겁니다." 화면 속 그는 병상에 누워 말했다. "당신이 모르는 사실이 있소. 노블레스 병원의 지하 3층에는 공식 기록에 없는 연구실이 있소. 지난 15년간 나는 불치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승인되지 않은 약물 실험을 진행해왔소."

나는 숨을 들이켰다. 화면 속 그의 눈빛은 내가 아는 자애로운 대표님의 모습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실험 도중 사망했지만,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질병의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위장했소. 하지만 결국 성공했소. 지하 연구실 금고에는 말기 암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약물 제조법이 있소."

화면 속 그가 잠시 기침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개발한 약은 내 자신의 병을 치료하지 못했소. 내 죄를 속죄할 시간도 없었소."

영상이 끝나고 금고 비밀번호와 지하 연구실로 가는 비밀 엘리베이터 코드가 화면에 나타났다. 손이 떨려 메모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다음 날 새벽, 나는 텅 빈 병원 로비에 섰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대표님의 비밀을 폭로하고 그의 명성을 파괴할 것인가, 아니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치료법을 세상에 공개할 것인가. 엘리베이터 버튼에 손가락을 올리며 나는 깨달았다 - 때로는 악행 속에서도 위대한 선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경계를 판단하는 것이 이제 나의 몫이 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