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남친: 주사위 굴림 사이의 진심
그가 주사위를 굴릴 때면 항상 왼손 검지로 테이블을 세 번 두드린다. 나는 일 년 동안 이 의식을 지켜봤고,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오늘은 내가 이길 거야." 민준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보드게임 박스를 열었다. 우리의 열두 번째 '보드게임 데이트'였다. 그의 집 거실 테이블은 이제 우리만의 작은 전쟁터가 되었다. 룰북은 닳았고, 카드 모서리는 구겨졌으며, 몇몇 토큰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우리는 완벽한 시간을 보냈다.
민준은 보드게임을 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평소의 조용하고 신중한 태도는 사라지고, 전략가의 눈빛과 승부사의 기질이 드러난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낯설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가 진짜 마음을 여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라는 걸.
"오늘은 '팬데믹'이야." 그가 박스 뚜껑을 열며 말했다. 협력형 게임이었다. 모두가 함께 승리하거나 함께 패배하는. 그간 우리는 주로 1:1 대결 게임만 했다. 이건 처음이었다.
"우리가 같은 팀이라니, 어색하네." 내가 말했다.
그는 게임 말을 정돈하며 웃었다. "너무 익숙해지지 마. 다음엔 또 적이 될 테니까."
게임이 진행될수록 상황은 악화되었다. 전염병은 빠르게 확산되었고, 우리의 자원은 바닥을 드러냈다. 민준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평소라면 그는 이럴 때 짜증을 냈을 것이다. 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니까.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제 어떡하지?" 내가 물었다. 그는 보드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마지막 기회야. 우리 함께 이겨보자."
그의 손이 따뜻했다. 주사위를 굴리기 전, 그는 평소처럼 테이블을 세 번 두드렸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우리는 완벽하게 패배했다.
침묵이 흘렀다. 민준이 웃기 시작했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진심 어린 웃음이었다.
"왜 웃어?" 내가 물었다.
"이상하게도 지금이 가장 행복해." 그가 말했다. "네가 옆에 있으니까."
그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런데 너 왜 매번 주사위 굴리기 전에 테이블을 세 번 두드리는 거야?"
민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수줍게 웃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카페에서 네가 테이블을 세 번 두드리며 내 이름을 불렀잖아. 그때부터 그게 내 행운의 의식이 됐어."
나는 그런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건 진실일 것이다. 보드게임 말들 사이에서, 승패를 가르는 주사위 굴림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완벽한 전략으로 풀어가는 게임이 아니라, 불완전한 규칙 속에서도 함께 즐기는 여정이라는 것을.
다음 주말, 내가 새 보드게임을 들고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테이블 위에는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반지와 함께 손글씨 메모가 있었다: "평생의 게임 파트너가 되어줄래? 네가 승낙하기 전에, 테이블을 세 번만 두드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