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여왕: 대표님의 마지막 수
서은정 대표의 손가락이 폴리머 코팅된 카드를 탁자 위에 내려놓는 순간, 회의실 전체가 얼어붙었다. 게임은 끝났다. 다섯 번째 연속 승리였다.
"체크메이트."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마치 벨벳으로 감싼 강철 같았다.
우리 회사 월례 보드게임 대회. 아무도 이 행사가 이렇게 치열해질 줄은 몰랐다. 특히 평소에는 차분하기만 한 은정 대표가 보드게임 앞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리라고는. 전략게임, 협력게임, 심지어 단순한 운빨 게임까지—그녀의 앞에서는 모든 게임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춤을 추는 듯했다.
바닐라 라떼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회의실에서, 대표님의 손가락이 게임 말을 움직일 때마다 나는 그녀의 뇌가 실시간으로 확률을 계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굴러갈 때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반사광은 마치 전장을 내려다보는 장군의 그것과 같았다.
"다음은 뭘 해볼까요?" 대표님이 물었다. 패배의 쓴맛이 입안에 남아있는 우리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일하던 나는 우연히 청소 중인 회의실을 지나쳤다. 그리고 거기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대표님이 혼자서 보드게임을 펼쳐놓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마치 여러 사람과 동시에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자리를 옮겨가며 각 위치에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진실을 깨달았다. 우리 회사의 놀라운 성장세는 우연이 아니었다. 경쟁사들이 예측하지 못한 전략적 선택들. 위기 상황에서의 기막힌 대응. 그것은 모두 대표님의 보드게임 두뇌였다. 그녀는 비즈니스를 거대한 보드게임처럼 다루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저... 혹시 보드게임 전략을 좀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는 책상 위에 무언가를 정리하다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보는 따뜻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
"실은 내가 당신에게 배울 게 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패배했지만, 내가 본 사람들 중 가장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여줬어요. 단지 아직 그것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모를 뿐."
그녀는 서랍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내게 건넸다. 안에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보드게임이 들어있었다.
"이건 프로토타입이에요. 우리 회사의 다음 프로젝트죠."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승리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에요. 함께 플레이하는 거죠."
바로 그때,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게임의 목표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우리 대표님의 가장 강력한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