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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학교

보드게임 교실: 학교에서 펼쳐지는 운명의 주사위

교실 뒤편 먼지 쌓인 사물함에서 꺼낸 그 보드게임은, 우리가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의 마지막 학기를 바꿔놓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규칙은 단순해. 주사위를 굴리고, 카드를 뽑고, 지시에 따르면 돼." 민준이의 말투는 가볍게 들렸지만, 그의 눈빛에는 뭔가 다른 것이 깃들어 있었다.

처음엔 그저 점심시간을 때우기 위한 놀이였다. 형광등이 깜빡이는 비좁은 교실, 분필 가루 날리는 칠판 앞에서 네 명의 우리는 오래된 나무 게임판 위에 각자의 말을 올려놓았다. 손때 묻은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울리는 소리는 어쩐지 수학 시험 종료 종소리보다 운명적으로 들렸다.

"너의 가장 큰 두려움을 말하라." 첫 번째 카드를 뽑은 나는 목이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교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운동장은 햇살에 눈이 부셨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대학에 떨어지는 거." 진실을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게임판에서 내 말이 세 칸 뒤로 물러났다.

우리는 곧 이 게임이 단순한 보드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드가 요구하는 진실은 우리가 평소에 숨겨온, 심지어 스스로에게도 인정하지 않던 진실이었다. "네가 정말 원하는 미래를 말하라." 성적 상위권인 유진이의 말이 떨렸다. "의대가 아닌 음악을." 그 순간 교실 창문이 열리며 봄바람이 들어왔고, 유진이의 말은 다섯 칸을 앞으로 나아갔다.

점심시간은 끝났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었다. 수업 시간에도 머릿속에서는 게임판이 펼쳐졌다. 답을 알 수 없는 문제집보다, 우리의 진짜 두려움과 소망을 묻는 카드가 더 중요해졌다. 교복 주머니 속에 주사위를 넣고 다니며,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몰래 게임을 이어갔다.

"너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라." 마지막 날, 교감 선생님의 모욕적인 말에 내내 반항적이었던 민준이가 뽑은 카드였다. 그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 한 마디에 교실 창문이 크게 열리며 벚꽃 한 줌이 날아들었고, 민준이의 말은 결승선을 통과했다.

졸업식 날, 우리는 그 보드게임을 다시 사물함에 넣었다. 아마 다른 누군가가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학교를 떠나는 발걸음이 어쩐지 가벼웠다. 게임은 끝났지만, 우리가 찾은 진실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인생이란 끝없는 보드게임인지도 모른다. 주사위를 굴리고, 진실의 카드를 뽑으며, 때로는 뒤로 물러나고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교문을 나서는 순간,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손을 넣어보니 주사위 하나가 남아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우리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