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부모님의 집: 낯선 공포의 귀환
부모님의 장례식이 있던 날, 그 오래된 집 현관문이 열리자 어린 시절의 공포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익숙한 나무 바닥의 삐걱거림, 벽지 너머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속삭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집으로 돌아오는 건 실수라는 것을.
"들어오렴, 우리 아들." 부모님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일주일 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 목소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의 피로한 환청일까, 아니면 기억의 잔상일까. 아니면 내 이성이 허락하지 않는 다른 무언가일까.
벽에 걸린 가족사진 속에서 부모님의 눈동자가 나를 좇는 듯했다. 숨이 턱 막혔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먼지가 오후의 햇살에 춤을 추는 동안, 거실 소파에 앉은 나는 유품을 정리할 생각에 가슴이 무거웠다. 어머니의 붉은 머플러가 의자에 걸쳐져 있었고, 아버지의 파이프에서는 아직도 담배 향이 희미하게 맴돌았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서자,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이 홍수처럼 밀려왔다. 부모님은 항상 그곳에 내려가지 말라고 했다. "위험해"라는 말만 남긴 채. 어린 나는 그 금지된 공간에 대한 무서운 상상으로 밤마다 잠을 설쳤다.
손에 쥔 열쇠고리에서 낡은 열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지하실 문을 여는 열쇠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모든 이성이 멈추라고 외쳤지만, 내 몸은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문을 열자 곰팡이 냄새와 함께 오래된 종이 향기가 났다. 빛이 희미한 전구 밑에서, 나는 벽면을 가득 채운 사진들을 발견했다. 모두 나였다. 내가 학교에 가는 모습, 친구들과 놀고 있는 모습, 첫 데이트를 하는 모습, 대학 입학식에서의 모습... 심지어 일주일 전, 부모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내 모습까지.
그리고 책상 위에는 두꺼운 일기장이 펼쳐져 있었다. 아버지의 필체였다.
"실험 12년 차. 피험체(우리의 아들)는 여전히 자신이 인간이라고 믿고 있다. 기억 이식은 성공적이다. 오늘로써 관찰 종료. 이제 새로운 피험체를 준비할 시간이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벽에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날짜가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폐기 일정".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의 발소리였다. 그들은 살아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처음부터 죽은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창문을 통해 비치는 달빛 아래, 내 손가락 끝이 천천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