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대표님: 이상한 출근길 복수극
내 상사가 우리 부모님을 만났던 날,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것들에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직원들에게 악명높은 지옥같은 대표님의 말끔한 양복과 제비꼬리 구두에 엄마표 된장찌개가 흥건히 묻어나는 장면을 상상하자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갔다.
회식 자리에서 대표님이 불쑥 내게 물었다.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 돼?" 그는 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중요한 거래처를 접대할 거라 직원들 가족도 초대하고 싶어서 말이야." 처음으로 들어보는 따뜻한 목소리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부모님께 연락했다.
모든 것은 3년 전 첫 출근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달 만에 팀장 두 명을 퇴사시키고 매출을 두 배로 늘린 흔적이 사무실 벽에 걸린 그래프로 남아있는 대표님. 그는 내게 컵을 던졌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나를 조롱했다. 나는 쪽팔림을 참으며 깨진 유리 조각을 주웠다.
부모님이 내 회사에 오시는 날,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아버지는 투박한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며 어색해하셨고,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숨겨온 도시락을 내밀었다. "네 상사한테도 주려고 많이 싸왔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냄새가 진동하는 된장찌개 도시락을 보는 순간, 완벽한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회의실 문을 열자 대표님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이분들이 김 사원 부모님이신가요?" 대표님은 예상치 못하게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아드님이 우리 회사에서 정말 중요한 인재입니다." 내 귀를 의심했다. 아버지는 활짝 웃으시며 대표님의 손을 꼭 잡으셨다.
어머니는 조심스레 도시락을 꺼내셨다. "오늘 아침에 직접 만든 된장찌개예요. 드셔보세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 순간을 위해 3년을 견뎌왔다. 그런데... 대표님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뚜껑을 열자마자 코끝을 찡긋거렸다.
"아... 이 냄새," 대표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 냄새와 똑같습니다." 대표님은 떨리는 손으로 숟가락을 들었다. "5년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부모님은 대표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셨고, 나는 그들 사이에서 낯선 감정에 휩싸였다. 점심 시간이 끝나자 대표님은 내게 속삭였다. "내일부터 영업팀장으로 발령 내겠소. 당신 부모님처럼 진심을 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해."
퇴근길, 아버지는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대표님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할 수 있어 넌 참 운이 좋구나." 그 말을 듣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3년간의 분노가 한순간에 무의미해졌다. 때로는 가장 완벽한 복수가 바로 용서임을, 그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