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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짝사랑

부모님의 짝사랑: 그들이 숨겨온 이야기

아버지의 서랍에서 발견한 낡은 편지 한 통은 내가 알던 부모님의 모든 이야기를 뒤바꿔 놓았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의 필체가 아니었다.

서른이 되어 부모님 집을 정리하는 일은 예상보다 복잡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요양원에 계신 지금, 30년 된 집안의 모든 기억이 상자 속에 갇혀 있었다. 먼지 쌓인 아버지의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나무 상자에는 노란빛으로 변한 편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모두 같은 사람의 필체였고, 단 한 통도 보내지지 않은 편지들이었다.

"윤정 씨, 오늘도 당신의 웃음소리가 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날짜는 1980년 6월, 어머니와 결혼하기 3년 전이었다. 내 손이 떨렸다. 아버지가 '윤정'이라는 여자에게 보내지 않은 편지들, 그것도 어머니와 만나는 동안에.

다음 날, 요양원에 아버지를 찾아갔다. 창가에 앉아 바깥을 보고 계시던 그분이 나를 알아보고 미소 지으셨다. 내 앞에 놓인 질문들이 목구멍에 걸려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 윤정이라는 분이 누구예요?"

아버지의 눈빛이 변했다. 오랫동안 말씀이 없으시더니 천천히 입을 여셨다.

"그녀는... 너의 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였단다."

충격이었다. 어머니의 친구를 향한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감정. 내 상상 속 완벽했던 부모님의 이미지가 흔들렸다.

"그런데... 어떻게 어머니와..."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랑은 선택이란다. 난 너의 어머니를 선택했지.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한 적 없어." 아버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집으로 돌아와 상자를 다시 열었다. 마지막 편지를 읽는데, 날짜가 어제 같았다. 그런데 펜의 색이 달랐다. 최근에 쓰인 것이었다.

"윤정 씨, 미영이가 떠난 지 일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나요? 내가 미영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짝사랑하던 당신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들을 통해 진짜 사랑을 배웠다는 것을."

눈물이 흘렀다.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용기, 그리고 매일 새롭게 사랑을 선택한 헌신. 부모님의 결혼생활 삼십 년 동안, 아버지는 어머니를 매일 새롭게 사랑하기로 선택했다.

상자를 닫으며 생각했다. 우리가 부모님에 대해 모르는 것은 얼마나 많을까. 그들도 한때는 우리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선택의 기로에 서고,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청년이었다는 것을. 상자를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았다. 어쩌면 부모님의 진짜 사랑 이야기는 지금부터 내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