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남친: 진실의 거울
그날 밤, 그의 휴대폰이 진동한 것은 내가 잠든 척하고 있을 때였다. 침대에 누워 느린 호흡을 연기하는 동안, 유리가 금이 가는 소리처럼 내 신뢰도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민준은 소리 없이 침대에서 빠져나가 베란다로 향했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내 맨발을 스쳤지만, 내 가슴에 번지는 불안감만큼 차갑지는 않았다.
"그래, 알았어. 내일 만나자." 그의 낮은 목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내게 전해졌다. 누구와? 왜 숨어서?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폭죽처럼 터졌다.
다음 날, 나는 그를 미행하기로 결심했다. 오후 두 시, 민준은 약속대로 집을 나섰고 나는 두 블록 뒤에서 그를 따랐다. 그가 들어간 곳은 예상외로 화려한 쇼핑몰이었다. 보석상 앞에서 그가 멈추자 내 심장도 함께 멈췄다. '혹시 프러포즈 준비?' 희망과 의심이 뒤엉켰다.
민준은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밖에서 숨죽이며 지켜봤다. 20분 후, 그가 작은 상자를 품에 안고 나왔다. 내 마음속에 작은 꽃이 피어오르려는 찰나, 그때였다. 낯선 여자가 다가와 민준을 반갑게 안았다. 내 시야가 흐려졌다. 그들은 카페로 향했고, 나는 얼어붙은 다리를 끌고 그들을 따라갔다.
창가에 앉은 두 사람. 민준이 상자를 꺼내 여자에게 건넸다.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눈물이 내 눈가를 적셨다.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 이걸 지금 당장 확인해야 했다.
카페에 들어서자 민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유나야, 이건..." 그의 말을 자르고 여자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내 목소리가 떨렸다.
여자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준 오빠의 동생이에요. 이제 곧 결혼하는데, 오빠가 반지 고르는 걸 도와주고 있었어요."
혼란스러운 눈으로 민준을 바라보자,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나야, 이건 네 생일 선물이었어. 동생이 여자 취향을 잘 알아서..." 그가 주머니에서 또 다른 작은 상자를 꺼냈다. 거기엔 내가 몇 달 전 우연히 보고 예쁘다고 말했던 바로 그 목걸이가 있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민준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비밀을 지키려다 더 큰 오해를 만들었네."
오해는 풀렸지만, 민준이 모르는 또 다른 비밀이 있었다. 바로 내가 그의 서랍에서 발견한 작은 벨벳 상자. 반지가 들어 있는 그 상자는 내가 본 목걸이 상자와는 전혀 달랐다. 어쩌면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날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비밀을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