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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공포

폐허의 사랑: 공포 너머의 약속

그녀가 사라진 날, 세상의 모든 색이 함께 사라졌다. 폐허가 된 아파트 단지를 걸으며 나는 여전히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마지막 통화에서 그녀는 "곧 돌아올게, 사랑해"라고 말했지만, 그 약속은 공포의 시작일 뿐이었다.

재난 경보가 울리던 그날, 도시는 혼돈에 빠졌다. 붉은 하늘 아래 사람들은 미친 듯이 도망쳤고, 나는 그녀가 일하는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 마주한 것은 잿더미와 침묵뿐이었다. 생존자 명단에도, 사망자 명단에도 그녀의 이름은 없었다.

이제 나는 폐허 속을 헤맨다. 밤이면 더 선명해지는 환청. 창문을 긁는 소리, 문 뒤에서 들려오는 숨소리. 정신과 의사는 상실감이 만들어낸 환각이라 했지만, 어제 발견한 그녀의 빨간 스카프는? 내가 떠난 후 침대 위에 놓인 그것은 분명 전에 없던 것이었다.

오늘 밤, 나는 다시 한번 저 희미한 불빛이 깜박이는 병원 폐허로 향한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켜진 휴대폰 화면이 얼굴을 푸르게 물들인다. '당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지하 3층으로 와요.' 발신인 없는 메시지. 손이 떨린다. 공포와 기대가 뒤엉킨 감정이 가슴을 짓누른다.

병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매 발걸음마다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발밑에서 으스러진다. 희미한 손전등 불빛은 어둠을 가르지 못하고, 내 그림자만 벽에 일그러져 춤춘다.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목구멍은 메마르다.

지하 3층. 복도 끝 유일하게 문이 닫힌 방. 손잡이를 잡자 차가운 금속 감각이 손가락을 타고 오른다. 숨을 참고 문을 연다.

그리고 나는 본다. 벽에 붙은 수백 장의 내 사진들. 병원에 출근하는 모습, 집 앞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 심지어 어젯밤 침대에서 자는 내 모습까지. 그리고 중앙에 붙은 쪽지. '당신만이 나를 볼 수 있어요.'

뒤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발소리. 천천히 돌아보니, 그녀가 서 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얼굴, 그러나 피부는 창백하고 눈에는 생기가 없다. 한 걸음 내딛자 그녀도 한 걸음 다가온다.

"당신이 나만 볼 수 있다는 건 무슨 뜻이야?" 내 목소리가 떨린다.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고 미소가 번진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니까. 나도 처음엔 두려웠어. 하지만 이제 알아. 우리의 사랑이 나를 이곳에 붙들어 두었다는 걸."

그녀의 손이 내 뺨에 닿자 얼음장 같은 한기가 전해진다. 그 순간을 위해 나는 몇 달을 기다렸지만, 이제 깨닫는다. 때로는 사랑이 가장 순수한 공포가 될 수 있음을.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손을 잡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약속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