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남친: 그가 돌아왔다
모든 전화가 끊어진 날, 내 남자친구는 죽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도시 외곽에서 발생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뉴스 속 먼 나라 이야기에서 우리 아파트 단지까지 확산되는 데는 불과 7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미나야, 문 열어." 문 밖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6개월 만에 듣는 지훈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는 분명했다. '감염자들이 연구실을 뚫었어. 나는 끝났어. 더 이상 기다리지 마.'
창문 틈으로 밖을 훔쳐보니 지훈이 서 있었다. 야윈 얼굴에 더러워진 실험실 가운을 입은 채로. 그의 눈빛은 예전과 달랐다—깊고, 더 어둡고,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 감염자들은 기억을 유지한 채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간다는 소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증명해봐," 내가 문에 대고 소리쳤다. "네가 정말 지훈이라는 걸 어떻게 믿어?"
"첫 데이트에서 너는 아이스크림을 바지에 흘렸고, 내 재킷으로 가렸어." 그가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밤에 우리가 약속했잖아. 살아남아서 다시 만나자고."
문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상처 자국이 있었고, 손목에는 실험실 보안 팔찌가 여전히 채워져 있었다. 그는 내게 다가와 품에 안았다. 그 순간 그의 품에서 낯선 화학약품 냄새가 느껴졌다.
"어떻게 살아남았어?" 내가 물었다.
"살아남은 게 아니야," 그가 속삭였다. "나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법을 배웠어. 우리 연구팀이 찾던 해답이었어. 내 몸에 바이러스가 있지만, 내가 그것을 통제해."
그날 밤, 지훈은 모든 것을 설명했다. 어떻게 감염자들 사이에서 은신했는지, 어떻게 백신을 자기 몸에 시험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반쯤 감염된' 상태로 살아가는지. 그는 이제 두 세계 사이에 존재했다—인간도, 감염자도 아닌.
"우리 함께 떠나자," 그가 제안했다. "내가 알고 있는 안전 지대가 있어. 내 몸에 있는 항체가 다른 생존자들을 구할 수 있어."
창밖으로 도시의 폐허가 보였다. 6개월간 홀로 싸워온 나의 작은 아파트 요새. 지훈의 눈에서 예전의 따스함을 보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이 바이러스인지, 아니면 생존을 위해 그가 감내해야 했던 변화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지만 약간 차가웠다. 마치 죽음과 삶 사이에 있는 것처럼. 내일 아침, 우리는 이 폐허를 떠날 것이다. 어쩌면 지훈은 인류의 구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마지막 파멸일지도. 하지만 그것이 중요할까? 세상이 무너진 후에도, 사랑은 여전히 가장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생존 전략이니까.